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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양치기소년 기상청에 또 당했다" 임진강 어민들 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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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 임진강 임진나루. 지난 29일 물난리로 훼손된 채 떠내려온 어구가 물 위에 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 임진강 임진나루. 지난 29일 물난리로 훼손된 채 떠내려온 어구가 물 위에 떠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 임진강 임진나루. 나루터는 진흙밭으로 변해 있다. 나루터 입구엔 어선 2척이 밀려 올라와 있고, 강가에는 파손된 어선 1척도 보였다. 파손된 어선 옆에는 그물이 둥둥 떠 있었다.

파주 어민들, 손해배상청구소송도 검토키로 #29일 집중호우로 100여 명 어구 대부분 유실 #24일 태풍 당시엔 ‘역대급 태풍’ 예보 후 찔끔 #이번엔 호우주의보 발령 얼마후 물난리 당해 #상류 군남댐 방류도 물난리 키웠다 지적 #하류 상황 살펴가며 군남댐 방류해야 #재난 문자도 제때 현실적 내용 담아야

어민 서영태(59)씨는 “29일 강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강에 설치해둔 통발 500개와 삼각망 5개가 모두 떠내려갔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 8시 10분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그물을 걷으러 8시 50분쯤 강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오전 8시 52분 ‘댐(군남홍수조절용댐) 유입량 증가로 방류량을 늘린다’는 문자를 받고 나서 불과 10여 분 사이 강물 수위가 2∼3m나 급격히 차오르는 바람에 손쓸 틈도 없이 어구를 모두 잃어버렸다”고 했다.

지난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 임진강 임진나루. 지난 29일 물난리로 수면 8m 위쪽으로 밀려나온 어선 2척이 보인다. 전익진 기자

지난 3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리 임진강 임진나루. 지난 29일 물난리로 수면 8m 위쪽으로 밀려나온 어선 2척이 보인다. 전익진 기자

그는 “상류 지역에 많은 비가 갑자기 내린 원인도 있겠지만, 군남댐에서 방류량을 적정하게 조절하고 재해 대비 문자메시지를 제때 보내줬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기예보에도 불만을 표했다. 그는 “통상 호우경보가 발령돼야 어민들은 그물을 걷어내는데 이번엔 호우주의보 얼마 후 물난리가 나 어구를 몽땅 잃어버렸다”며 “이런 황당한 일기예보가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어민 문무곤(69)씨는 “어선 2척이 유실되고, 통발 500개·각망 2개도 물살에 모두 떠내려갔다”며 허탈해했다. 그는 “밀물로 강물 수위가 가장 높은 ‘사리’ 때인 점을 고려했다면 군남댐에서 방류량을 최소화해가며 적정하게 조절했었어야 한다”고 혀를 찼다.

임진강 피해 집중 지역 위치. [중앙포토]

임진강 피해 집중 지역 위치. [중앙포토]

파주시 임진강 어민들이 지난 29일 집중호우로 ‘물 폭탄’을 맞아 신음하고 있다. 파주시어촌계에 따르면 100여 명 어민이 강에 설치해 둔 어구 70∼80%가 떠내려갔다. 어선 2척이 유실되고, 10여 대가 파손됐다. 어민들은 “집중호우로 물난리 난 것도 사실이지만, ‘양치기 소년’과 같은 부정확한 일기예보와 신속하고 정확하지 못한 재난 문자 발송, 군남댐의 적절하지 못한 방류 등으로 인한 인재(人災)가 피해를 더 키웠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금명간 탄원서를 제출해 피해 보상과 대책 마련을 촉구한 뒤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장석진(54) 전 파주시 어촌계장은 “최근 태풍(솔릭) 당시 역대급이 될 것으로 예보가 돼 100여 명 어민이 강에 설치해 둔 어구를 모두 철수하고 대비하는 통에 10일간 조업을 못 했는데 실제론 가랑비 정도만 내렸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엔 29일에만 하루 311㎜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는데 물난리가 나기 전에 호우주의보, 물난리가 나고 난 후에야 호우경보가 내려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임진강 어민들의 대규모 물난리 피해는 2016년 5월 이후 이번까지 세 차례나 된다. 지난 5월 17일 새벽엔 집중호우로 때아닌 물난리를 당했다. 100여 명 어민의 어구 대부분이 물에 떠내려가거나 파손되고, 어선 4척이 부서져 수억원의 재산손해를 입었다.

앞서 2년 전인 2016년 5월 16일과 17일 북한 황강댐의 무단방류로 어구가 모두 떠내려가는 바람에 수억원의 재산피해를 봤다. 임진강 어민들은 “2년 전부터 이번까지 어민들이 물난리 피해를 세 차례나 당했는데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피해보상 한번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군남댐 관계자는 “군남댐은 상류 북한지역 황강댐 방류와 집중호우에 대비하며 방류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며 “앞으로는 어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60∼70㎜ 이상 비가 예보되면 즉시 어민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재난 문자를 보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집중호우로 100여 명 어민의 생업에 피해가 발생한 만큼 정확한 피해조사 후 지원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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