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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용품도 함부로 북한에 못 간다

중앙일보

입력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에 유니폼을 제공하려 했으나 대북제재 때문에 불발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케이트 메이어스 나이키 홍보담당 이사는 “우리는 한국 여자 농구팀을 지원해 오고 있었지만, 정부의 요구로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에 유니폼을 제공할 수 없었다”고 RFA에 밝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과 태국의 여자 농구 8강전이 26일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 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 공격 중 3점 슛이 성공하자 박지수(오른쪽 둘째) 등 벤치의 단일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과 태국의 여자 농구 8강전이 26일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 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 공격 중 3점 슛이 성공하자 박지수(오른쪽 둘째) 등 벤치의 단일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자카르타=김성룡 기자

미국 정부가 나이키에 이런 요구를 한 것은 2016년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 따른 것이다. 이 결의안은 '레크리에이션 스포츠 장비'를 사치품으로 규정, 북한에 공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한국 업체가 제작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 조정·카누 경기장에서 열린 카누 용선 남자 1000미터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선착장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 조정·카누 경기장에서 열린 카누 용선 남자 1000미터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선착장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용품을 북한에 주는 길이 막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올 초 평창올림픽 때도 올림픽이 끝난 후 중고 장비를 북한에 주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미국 측이 거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인사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정말 사소한 것도 미국과 일일이 의논하고 있다”며 “평창올림픽 당시 장갑과 같은 중고용품을 북한에 보내고자 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미국 측에서 불가하다고 해서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북한에 스포츠용품 반입을 요청했지만, 미 국무부에 의해 거부당한 바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북제재를 전면 이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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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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