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의 별명은 ‘울보’다. 그는 중요한 경기에 패하면 눈물을 펑펑 쏟았다.
중요한 경기 패하면 눈물 쏟아 #롤모델 호날두처럼 승부욕 넘쳐 #9월1일 아시안게임 결승 한일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알제리와 2차전에서 2-4 참패를 당한 뒤 손흥민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손흥민은 눈물을 흘리며 “제 월드컵 데뷔골은 중요하지 않다. 팀이 진 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벨기에와 3차전에서 0-1로 패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에는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2016년 리우 올림픽 8강에서 온두라스에서 0-1로 패한 뒤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쏟았다. 아쉬움을 견디다 못해 그라운드에 ‘큰 대자’로 드러눕기도 했다. 손흥민은 서러움이 가시지 않는듯 울먹이며 “제가 경기를 망친 것 같아 국민들께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멕시코와 2차전에서 만회골을 터트렸지만 1-2 패배를 막지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라커룸을 찾아 그를 위로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손흥민은 “나보다 어린 선수들도 있으니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울음을 참기가 쉽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당시 세계랭킹 1위 독일과 3차전에서 약 50m 거리를 7초만에 주파해 골을 터트려 2-0 승리를 이끌었지만, 한국은 조3위(1승2패)에 그쳐 16강에 실패했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과 주장 기성용(뉴캐슬)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이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눈물은 함께 뛴 동료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 응원해 주신 국민을 향한 감사의 의미였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롤모델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의 별명도 ‘울보’다. ‘호날두 완벽을 향한 열정(저자 루카 카이올리)’에 따르면 포르투갈 안도리냐 회장 산투스는 8살이었던 호날두를 이렇게 회상했다.
“경기 중 0-2로 뒤지자 마음이 상한 호날두는 마치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호날두는 후반전에 두 골을 넣었고 결국 우리팀이 3-2로 승리했다. 호날두는 정말 지는 것을 싫어했다. 모든 경기에 이기고 싶어했고 패배하는 날에는 울었다”. 호날두 모친 돌로레스도 “그래서 별명이 ‘우는 아이’가 된 거예요”라고 전했다.
호날두는 성인이 된 뒤에도 울보다. 유로2004 결승에서 그리스에 패한 뒤 엉엉 울었다. 호날두는 프랑스와 유로 2016 결승전 도중 무릎부상을 당했다. 주장 완장을 넘기다가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왈칵 쏟았다. 들것에 실려 나오면서도 호날두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벤치에서 마음으로 함께 뛴 호날두는 팀이 우승을 차지하자 동료들과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많은 축구팬들은 손흥민과 호날두가 국가대항전에서 패한 뒤 우는 모습을 좋게 생각한다. 그만큼 조국을 사랑하고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또 한번 인생 경기를 앞두고 있다. 9월1일(한국시간) 오후 8시30분 인도네시아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과 운명의 한·일전을 펼친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출전해 주장을 맡았다. ‘헌신적인 리더’ 손흥민은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만 26세인 손흥민은 이번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손흥민은 베트남과 4강전 뒤 “뒤도 없는 상황이다. 이제까지 슬픈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이제 정말 대한민국에 기쁜 뉴스를 전해드리고 싶다. 여기까지 와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바보다. 정말 간절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인도네시아에서 ‘아쉬움의 눈물’이 아닌 ‘환희의 눈물’을 쏟을 수 있을까. 많은 축구팬들이 바라는 모습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