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추진 은산분리 완화, 민주당 의총서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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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셋째)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정책의원총회에서 김병욱 의원과 단상에서 얘기하고 있다. [뉴시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셋째)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정책의원총회에서 김병욱 의원과 단상에서 얘기하고 있다. [뉴시스]

8월 임시국회를 하루 남겨둔 2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정책의총)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30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여야가 합의했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놓고 당내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아서다. 자연히 8월 국회 통과도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터넷은행, 산업자본 규제 완화 #박영선·박용진 등 강경파 반대 #대기업 포함 여부 합의 도출 못해 #8월 임시국회 처리 물 건너 가

이날 의총은 오후 3시30분부터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에 대한 당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리하는 회의였지만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놓고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이 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혁신 1호 법안’이어서 민주당 내부의 고민이 깊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행사에 참석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정보기술(IT) 기업이 자본과 기술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16일엔 여야 5당 원내대표를 만나 특례법 처리를 부탁했다. 이에 여야도 처리에 잠정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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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민주당 의원들의 찬반론은 팽팽했다. 최운열 의원은 “금융시장 전체에 대한 거시적 관점이 필요하다.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봐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 정치권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며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그는 “여당인 지금은 책임 있는 자세로 규제를 풀건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대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제윤경 의원은 “경제적 효과가 작은데 너무 서두르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냈다. “전략적으로 시간을 갖자”는 의견도 나왔다.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장시간 토론을 벌였는데 발언자 중 찬성과 반대가 4대 4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이후 “찬성 취지의 발언이 더 많았고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5대 3 정도였다”고 발언을 정정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박영선·박용진·제윤경 등 강경파 의원들이 나서 여야 협상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 법안 내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김병욱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으로 보면 거의 (처리) 안 되는 분위기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처리를 촉구했는데 여당 내 이견으로 처리가 불발되자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경제 3대 축 중 하나인 혁신성장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법안이 당장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저희가 (법을 처리)하기로 했고 마지막까지 우리 당이 가진 여러 원칙과 방침에 최대한 맞도록 노력해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게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홍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잘 해결해 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문제는 법안을 처음으로 심사한 정무위 법안소위에서부터 여야가 부딪쳤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는 큰 방향에는 여야가 공감대를 가졌지만 어느 산업자본에 대해 규제를 완화할지를 놓고 견해차가 컸다.

민주당은 원칙적으로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하고 규제를 풀어주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자산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에 대해서는 대기업 집단이라고 해도 예외로 허용해 주자는 안을 내놓았다. 반면 한국당은 모든 산업자본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제한할 기업 요건을 시행령에 넣자고 대안으로 내놨다.

국회는 30일 8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고 민생·개혁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민생·개혁 법안 중 산업융합촉진법·정보통신융합법 등은 여야가 잠정 합의한 만큼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크다.

윤성민·하준호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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