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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인구재앙 시작됐다 …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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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구절벽’의 시대가 가시화됐다. 통계청이 엊그제 잇따라 발표한 ‘2017 출생통계’와 ‘2017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는 만성적 저출산이 노동인구 감소를 초래해 성장동력의 한계를 맞게 되는 시나리오를 실제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근본적인 저출산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인구재앙’을 막을 수 없다는 심각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가 35만 명대로 추락하면서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인 1.05명으로 떨어졌다. 인구 유지를 위한 2.1명의 절반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올 2분기는 0.97명으로 올해 전체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추락할 거란 점이다. 이런 추세라면 2027년부터는 인구 감소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야말로 암담한 미래다.

저출산 쇼크는 필연적으로 노동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통계청 통계에서도 지난해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65세 노인 인구가 711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4.2%를 기록해 첫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과 함께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우리의 미래에 미칠 영향은 끔찍하다. 당장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등 국가 경제가 급속히 활력을 잃을 게 분명하다. 투자와 생산, 소비가 함께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개혁 논란에 휩싸인 국민연금 고갈 문제도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사안이다. 경제 활력 둔화로 재정수입이 줄게 되면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워 저출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가 더 어려워질 거란 점도 문제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간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백약이 무효인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대선 때마다 대통령 후보들은 ‘세계 최고의 노인 빈곤율-세계 최저 출산율’을 내세워 전 정부를 비난했다. 저마다 달콤한 공약들을 쏟아내 지난 10여 년간 저출산 해소에 126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고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출산장려금 지급, 양육수당 같은 비용 지원 위주의 단기 처방에 급급한 탓이 크다. 저출산 예산의 70~80%가 이런 데 쓰였다고 한다.

눈앞에 닥쳐온 인구재앙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국가 대계’ 차원의 종합적인 저출산 대책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젊은이의 미래가 없는 현실을 타개하지 않고서는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 문제 해결, 일·가정 양립 등 삶의 질 개선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게 먼저다. 그러려면 최저임금 혼선이나 기업 옥죄기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부터 탈피해야 한다. 경제성장으로 일자리가 늘어나야 자연스레 청년 복지 수준이 올라가고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출산율 목표 위주에서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출산율 자체보다 인구에 더 집중해 인구 정점 도래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인구 감소의 기울기를 낮춰야 한다. 예컨대 외국인 이민의 문호를 더 개방하고 미혼모나 동거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도 지원하는 것 등이다. 이제 여야를 떠나 나라 전체가 인구재앙에 맞서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 시대 적응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