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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서 아내·세딸 살해한 ‘빚더미’ 40대 가장 “죽고 싶다” 눈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5일 충북 옥천군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해사건 현장. 이 집의 가장 A씨(42)는 아내와 세명의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살아남았다. 경찰은 A씨를 살인혐의로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지난 25일 충북 옥천군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해사건 현장. 이 집의 가장 A씨(42)는 아내와 세명의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살아남았다. 경찰은 A씨를 살인혐의로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지난 25일 충북 옥천에서 숨진 채 발견된 네 모녀는 빚에 허덕이던 40대 가장에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A(42)씨는 “죽고 싶다”며 고개를 숙인 채 흐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옥천경찰서는 27일 숨진 네 모녀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4명 모두 경부 압박(목 졸림)으로 인해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5일 오후 1시 53분쯤 A씨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부인 B씨(39)씨는 안방 침대에서, 10살·9살·7살인 세 딸은 작은 방에서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상태였다. 이들은 입가에선 거품 흔적이 발견됐다. 안방 바닥에는 A씨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경찰은 B씨 목에 손으로 조른 압박흔이 있는 점 등에 미뤄 A씨가 일가족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병원에서 치료받던 A씨를 체포한 경찰은 “빚에 못 이겨 가족을 죽이고 나도 죽으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병원 이송 당시 경찰에게 “가족들을 부탁한다. 사람들이 잘 안보이는 곳에 묻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비교적 차분하게 범행 동기와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A씨는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 녹화실로 들어서기 전 “죽고 싶다”며 고개를 숙인 채 흐느껴 울었다고 한다.

옥천에서 10여년 간 검도관을 운영해온 A씨는 사채에 손을 댈 만큼 채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전날에도 친척과 전화하며 채무 문제로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사는 39평형 아파트는 제2금융권 등으로부터 매매가를 웃도는 2억50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최근에는 제자인 대학생 관원 명의로 대출받을 받았다가 이 사실이 알려져 해당 관원 부모 등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옥천읍 내 한 약국에서 수면제를 구입한 사실도 확인했다. 따라서 그가 계획적으로 부인과 아이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살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B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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