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교체 둘러싸고 국회에서 벌어진 '표본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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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가계동향조사 표본 논란을 제기한 게 사실이냐”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강신욱 통계청장)

“표본 교체를 할 생각이 있나”(김 의원)
“표본 구성에 대해 재검토를 하고 가중치 등 대표성을 갖게 하는 방법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강 청장)

27일 국회 예결특위에서 통계 조사 표본 논란이 벌어졌다. 문제의 발단은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서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집중타를 맞는 계기가 됐다.

1분위와 5분위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감률.[자료 통계청]

1분위와 5분위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감률.[자료 통계청]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26일 황수경 통계청장을 13개월 만에 전격 교체하자 야당에선 통계청이 앞으로 ‘정권 맞춤형 통계’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날 회의 답변에서 신임 강 청장은 자신이 지난 5월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때 조사 표본의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때문에 야당에선  “최저임금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근거 자료를 제출한 사람이 당시 보사연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이던 강 청장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강 청장은 부인했다. 강 청장이 앞으로 가계동향조사의 표본 구성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자, 김 의원은 “강 청장이 있는 동안 나오는 통계자료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예결위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조사 표본을 5500명에서 8000명으로 늘리면서 고령층 비중이 크게 증가됐고 결국 빈곤층이 많이 포함된 표본 추출이 됐다”며 “이런 부분들에 대한 설명과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이 표본 선정 방식을 바꿔야한다는 요구다.

그러자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소득 분배 악화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되는데 마치 통계청에서 통계표본을 잘못 추출한 것처럼 몰아간다”고 반발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도 “통계는 중립성·신뢰성이 가장 큰 원칙인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꾸려는 건 큰 문제”라며 “통계청장이 바뀌었다고 표본을 재조정한다고 하면 그 통계를 누가 믿겠냐”고 따졌다.

야당은 이날 오전부터 통계청장 교체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비대위 회의에서 “나라 경제가 불난 마당에 불낸 사람이 아니라 불났다고 ‘불이야’ 소리친 사람을 나무란 꼴”이라며 “한 마디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청와대 권력의 일방적 독주로 가야 하기 때문 아니겠나. 대단히 위험한 국정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진규 정책위의장도 “마음에 안 든다고 통계청장을 바꾸는 걸 보니 향후 통계청 발표가 어떨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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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청와대와 신임 통계청장이 혹여라도 소득주도성장 성과를 내려고 통계를 손대려 한다면 심판을 받을 것”이라 경고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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