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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 논란 속 통계청장 13개월 만에 교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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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민원기 과기부 2차관, 박천규 환경부 차관, 김양수 해수부 차관, 강신욱 통계청장, 김종석 기상청장, 박제국 소청심사위원장(왼쪽부터).

민원기 과기부 2차관, 박천규 환경부 차관, 김양수 해수부 차관, 강신욱 통계청장, 김종석 기상청장, 박제국 소청심사위원장(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차관급 인사 6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에 민원기 OECD 디지털경제정책위원회 의장을, 환경부 차관에는 박천규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을, 해양수산부 차관에 김양수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했다. 이와 함께 통계청장에는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상청장에 김종석 경북대 천문대기학과 객원교수,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으로 박제국 인사혁신처 차장이 발탁됐다.

청와대 “통계 지표 조사와는 무관” #문 대통령, 차관급 6명 인사 단행

소득 통계 지표가 악화한 가운데 황수경 통계청장을 전격 경질한 배경을 놓고 관가에서는 최근 가계동향조사를 놓고 일었던 논란이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분기 통계청 조사에서는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이 한 해 전보다 각각 8%·7.6%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애초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를 지난해까지만 작성하기로 했다가, 황 청장 취임 후 정치권 및 학계 등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올해도 계속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5500가구였던 표본 가구 수가 올해 8000가구로 늘었다. 진보 진영에서는 통계청이 표본 가구를 늘리는 과정에서 저소득 가구를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해 최하위 소득이 대폭 줄어든 것처럼 ‘착시 현상’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강 신임 청장도 이런 주장을 제기한 인물 중 하나다. 강 청장은 소득 불평등 문제에 특화된 노동경제학자로 최저임금과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3년에는 현 정부 소득주도 성장의 밑그림을 그린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실사구시 한국경제’라는 책을 함께 내기도 했다.

1990년 통계청 독립 이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출신 연구자가 통계청장으로 발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수경 전 청장은 13개월 남짓 재직했는데, 2년 이상 일한 전임자들에 견주면 일찍 물러난 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와대에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한 가운데, 정책수립에 영향을 끼치는 관련 지표 관리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가계동향 표본 문제와 이번 인사가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장원석·김경희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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