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통령 말처럼 고용 개선? 취업 늘었지만 증가폭은 최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당원 동지 여러분께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JTBC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당원 동지 여러분께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JTBC 캡처]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에서 취업자, 고용률, 상용근로자,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를 근거로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며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문 대통령은 “성장률도 지난 정부보다 나아졌고, 전반적인 가계소득도 높아졌다”며 “올 상반기 수출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26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가 나빠졌다는 분들은 최저임금만 염두에 둔 것”이라며 “최저임금의 효과도 단정하기 이르다”며 지원사격을 했다.

가계소득 증가도 상위 20% 덕분 #하위 20% 소득은 오히려 줄어 #“유리한 통계만 뽑아 정책 홍보 문제”

이런 주장의 근거는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전년 대비 7만 명 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0만 명 줄었다는 점이다. 인건비가 부담됐다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폐업을 하거나 직원을 해고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흡수돼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지,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이 위축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상용 근로자가 지난달 27만 명 늘어난 것도 노동시장의 여건이 나아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고용의 질과 양이 개선됐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문 대통령의 발언대로 취업자·상용근로자 수의 절대치는 증가했지만 추세적으로는 증가 폭이 감소하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는 올해 초 33만 명에서 지난달 5000명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떨어졌다. 상용근로자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12만8000명이나 줄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관련기사

최근 1년간 산업별 취업자 증감에서도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같은 세금에 의존하는 일자리는 늘었다. 그러나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에선 감소했다. 임금·근로여건이 열악한 근로자들의 일자리 사정이 나빠지며 올 1·2분기 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소득은 전년보다 각각 8%·7.6% 줄었다. 정부 정책의 부작용이 작다고 보는 것 역시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유리한 통계만 골라서 정책 타당성을 홍보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직접 유리한 데이터를 떼어내 정책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왜곡된 결론을 얻기 쉽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업종·분야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을 보면 부정적 효과는 분명하다”며 “적어도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거나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성장률과 가계소득 관련 발언은 수사적인 언급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은 3.1%,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9%다. 2008~2012년 이명박 정부(평균 3.2%)와 2013~2016년 박근혜 정부(2.95%) 때와 비슷하다. 되레 이번 정부 들어 세계 성장률과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명목 가계소득은 증가했지만 이는 형편이 좋은 4·5분위의 소득이 많이 늘어난 덕분이지 저소득층인 1·2분위는 줄었다. 특히 가계가 실제로 소비 지출에 사용할 수 있는 ‘실질 처분 가능 소득’은 7분기 연속 감소했다. 최근 수출 경기도 반도체를 빼면 대다수 업종에서 증가 폭이 감소하는 추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2010년 금융위기 직후의 고용 악화는 외부 요인의 영향이 컸지만 최근의 고용 악화는 세계적인 경기 호조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인 측면의 영향이 크다”며 “소득주도 성장의 선순환이 나타나기에 앞서 부작용이 먼저 현실화돼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