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87) 전 대통령이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공개됐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79) 여사는 26일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고 방금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며 "27일 광주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이 2013년 검찰 수사, 일가친척에 대한 재산 압류 등을 겪으며 기억상실증 등 건강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알츠하이머 증세 진단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여사는 “90세를 바라보는 고령 때문인지 근간에는 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됐다"며 "현재는 회고록 출판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돼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어도 잠시 뒤 설명을 들은 그 사실조차 기억을 하지 못하고, 출석하더라도 진술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순자 “설명 들어도 금방 잊어버려 #왕복 10시간 광주 재판 출석은 무리”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발간 한 데 대해서는 “5년 전 소동을 겪기 전까지 원고 작성에 힘을 기울여 마무리 작업만 남겨 놓은 상태였다”고 했다. 회고록 작성에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역사에 대한 책무’라고도 했다.
회고록이 민ㆍ형사상 논란이 된 데 대한 불쾌감도 표시했다. 이 여사는 “일당독재의 전체주의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이 출판금지를 당하고 형사소추를 당한 사례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관할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했다. 이 여사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박탈당한 입장에서 법원의 예외적 대우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판부가 사건을 서울 지역 법원으로 이송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광주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지방의 민심, 소송의 상황 등의 사정으로 재판의 공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염려가 있을 때’ 검사는 관할 이전을 신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여사는 “ 5ㆍ18 광주사태와 관련된 형사사건을 광주의 검찰과 법원이 다룰 때 ‘지방의 민심’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정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 "광주의 검찰과 법원은 ‘전두환회고록이 광주에서 판매되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송을 거부했으나 서울에서 판매된 회고록이 광주보다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많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광주법원의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 여사는 “한때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 불려 나와 앞뒤도 맞지 않는 말을 되풀이하고,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국민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아내의 입장에서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광주 법정에 전 전 대통령을 무리하게 출석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낸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비오 신부가 5ㆍ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기총소사를 목격했다고 생전 증언한 점을 문제 삼았다.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으므로 왜곡된 악의적인 주장’이라는 게 전 전 대통령의 입장이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