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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만에 공식석상 나타난 中 왕후닝…선전업무 당내 논쟁 끝난듯

중앙일보

입력

중국 공산당 서열 5위의 고위급 실세임에도 불구하고 한달 반 가량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춰 신변이상설까지 제기됐던 왕후닝(王滬寧ㆍ63) 정치국 상무위원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21일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재등장했다.

인민일보는 왕 상무위원이 20일 베이징을 방문한 천궈왕 베트남 공산당 서기를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동정과 나란히 3면 상단에 비중있는 자리를 차지하며 보도됨으로써 그의 건재가 확인된 셈이다.

왕후닝

왕후닝

앞서 왕후닝의 동정은 지난달 7월 6일을 마지막으로 한달 반 동 관영 매체에서 사라졌다. 지난 4일에는 그가 주재했어야 할 베이다이허에서의 국가 전문가 초청 좌담회도 그보다 서열이 낮은 다른 간부가 주재했다. 이 때문에 왕후닝이 개인숭배 부활로 비칠 정도로 과도한 ‘시진핑 띄우기’ 작업을 주도하여 반(反) 시진핑 정서가 확산되게 한 데 따른 인책의 대상이 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왕의 재등장은 이런 문제를 둘러싼 당내 논의가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 시 주석은 왕의 재등장과 함께 이날 자신의 옛 부하 출신인 쉬린(徐麟)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주임을 국정홍보처장 격인 국무원신문판공실 주임으로 임명하는 등 선전ㆍ인터넷업무 분야의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또 이날 인민일보 1면에는 ‘당의 선전사상문화 업무 논평-신시대 신변혁을 위해 힘을 모으고 혼을 뭉치자’는 제목으로 장문의 기명 논평을 실었다. 시진핑의 주요 저작과 어록, 정책이념을 나열한 이 기사는 “선전사상 업무는 당과 인민의 단결과 분투를 튼튼하게 만드는 공동의 사상적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분석가는 “선전 분야는 조직 관리와 함께 공산당 통치의 가장 중요한 부문”이라며 “여기에서 발생한 일련의 움직임은 왕후닝의 지위를 포함해 선전ㆍ사상 업무에 대한 당내 논의와 내부 정리가 마무리됐음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시진핑 주석의 바로 옆에서 대호를 나누고 있는 왕후닝 [중앙포토]

시진핑 주석의 바로 옆에서 대호를 나누고 있는 왕후닝 [중앙포토]

하지만 왕후닝은 같은 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와 회담하는 자리에는 배석하지 않았다. 이로써 시 주석의 정책 브레인 역할에서는 배제되고 선전 업무만 관장하는 것으로 역할이 정리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왕 상무위원은 정치국원 시절인 시진핑 집권 1기 5년 동안에는 시 주석의 거의 모든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공산당 권부의 싱크탱크인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의 자격으로 주요 정책 결정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상무위원으로 승격한 다음에도 관례를 깨고 정상회담 배석을 계속해 왔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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