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협상 앞두고 “中, 환율조작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불만 토로 #중국, 위안화 절상에 달러지수 하락 #파월 의장에 "금리인상 달갑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장 22일부터 중국과 차관급 무역협상을 앞둔 시점에 협상 자체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데이비드 멀패스 미국 재무부 차관과 왕셔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오는 22∼23일 워싱턴에서 협상을 앞두고 있다. 중국이 다급해진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 및 남용,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중국 측의 부당한 무역 관행, 급속한 위안화 평가 절하 문제 등을 주요 의제로 제기할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바 또한 여기에 있었다. 위안화 환율이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이 그들의 통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무역분쟁 이후 내리막 길을 타다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반짝 상승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위안화 가치가 무역분쟁 이후 내리막 길을 타다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반짝 상승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정부는 보복관세와 함께 인위적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해 미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렸다는 비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하는 일들은 미국 재무부에 부담해야 하는 수억 달러, 어떤 경우에는 수십억 달러를 메우고 있는 것”이라며 “내가 이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북한 비핵화 논의에 훼방을 놓고 있다고 여기는 중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이날 위안화 환율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은 일종의 ‘괘씸죄’로 응징하겠다는 제스처일 수 있다. 그러면서 “미ㆍ중 무역분쟁을 마무리하는 별도의 시간표도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입장에서 무역분쟁을 하루속히 해결하려면 통화 당국이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가치를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보란 듯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8360위안에 고시, 위안화 가치를 전날보다 0.52% 끌어올렸다. 3주 만의 최대 인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심 의도한 대로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달러지수는 95.440까지 내려가 낙폭이 0.45%를 넘었다. 지난 9일 이후 최저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한 불만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나는 (Fed의) 금리 인상에 흥분되지 않는다. 달갑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경제전문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금리가) 올라갈 때마다 그들은 또다시 올리려고 한다”면서 “유럽을 봐라. 우리가 올리는 것처럼 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다. 우리 통화가치만 오르고 있다. 우리에게 분명 불리한 것”이라고 불평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신임의장으로 지명한 뒤 연설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신임의장으로 지명한 뒤 연설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당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논란을 낳기도 했는데, 한 달 만에 똑같은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해 경기 활성화를 지속해줬으면 좋겠는데,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만 상승하는 국면을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해서도 “그에게 동의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인선을 후회하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전 골프클럽에서 가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파월을 Fed 의장으로 지명한 것을 돌이키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파월 의장이 금리를 덜 올릴 것으로 예상해 뽑았다며, 파월이 자신을 실망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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