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진통제 조심해 쓰자″|광고 홍수속 약화 무방비|건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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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약은 잘 쓰면 큰 도움을 주지만 남용하면 화를 부르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보사부는 최근 습관성을 초래하고 부작용을 빚을 수 있는 해열진통제 27개 품목에 대해 제조 중지처분을 내렸다.
해열진통제는 국내에서 두통·신경통·몸살 감기 등의 치료에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인데다 아직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정보마저 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복용에 각별한 주의를 쏟아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약제부 최진석 정보실험실장은 『해열진통제·소화제 등은 품목수가 많고 약리 작용도 너무 다양해 전문인들조차 취급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미국 등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 나라에는 중독성 등에 대한정보체계가 제대로 돼있지 않아 자칫 약화를 부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열진통제는 적절하게 복용하면 ▲체온중추에 작용, 발열을 촉진해 열을 내리게 하며 ▲통증을 감각기관에 전달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과 분비를 억제해 통증을 누그러뜨리는 등 큰 도움을 준다.
보사당국은 현재 소염작용을 동반하는 해열진통제로 무려 1천종 이상을 제조 허가하고 있다. 이중 스테로이드성 부신피질 호르몬제는 진통효과가 높은 대신 체내의 부작용도 많아 의사·약사들도 사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비스테로이드성 제제가 해열진통제로 주로 쓰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약의 안전성 등을 고려, ▲아스피린(살리실산계) ▲나프록센 ▲파이록시캄 ▲아세토 아미노펜 등 15개 약제성분을 선정해 해열진통제로 사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어린이들에게 라이증후군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은 뒤 사용량이 크게 줄어든 아스피린은 보통 사용량에서도 위장장애를 일으켜 오심·구토·식욕부진과 함께 소화성 궤양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습관성으로 장기 복용할 경우 철분결핍성빈혈이 우려되며 혈소판이 파괴돼 출혈시 피가 잘 멎지 않아 출혈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
아세토 아미노펜은 값이 가장 싸고 효과도 좋은 편이며 적절한 양을 복용했을 때 부작용은 알레르기반응이 체질에 따라 가끔 일어날수 있다.
특히 보관을 잘못해서 어린이가 가정에 비치된 아세톤 아미노펜을 대량 복용했는데 12∼48시간을 구토 등 조치 없이 지내면 큰 화를 부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나프록센은 지나치게 많이 복용하면 위장관 출혈 등 위장장애를 비롯, ▲시각장애 등 안과반응 ▲무과립세포증(과립성 백혈구의 감소)등 각종 증세를 유발할 수 있으며 사정장애도 보고된바 있다.
파이록시캄은 과량 복용하면 아스피린처럼 혈소판의 응집력이 떨어져 출혈시간이 길어질 우려가 있고 간 기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른 해열진통제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와 비슷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약업계의 광고에 휩쓸리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
고려대의대 현진해교수(혜화병원 내과과장)는 『해열진통제는 적절한 진단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특히 신장과 간질환자들의 증세를 악화시키고 습관성복용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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