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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에 맞선 금융위장···'은산분리 완화' 당정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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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1일 국회 정무위에서 2017회계연도 결산 보고를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18.8.21   toad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인사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1일 국회 정무위에서 2017회계연도 결산 보고를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18.8.21 toadbo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1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1대 주주가 돼야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자본이 최대 주주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을 비롯해 여당내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파들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선 셈이다.

정무위에서 “지분율 몇 %를 떠나 ICT기업이 1대 주주 돼야” #경남은행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은 높지 않음을 시사하기도 #“은행 이익 증가 비난은 무리...성과급 잔치 등 지적엔 귀기울여야” #국민연금에 5% 룰 예외 적용도 검토

최 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ICT 기업의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 한도를 높이는 게 핵심”이라며 “단순히 지분율이 몇 %냐, 수치를 얼마로 올리느냐 하는 것보다 이들이 경영권을 확실히 가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박 의원이 제출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과 민주당 내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파들의 산업자본 지분율 낮추기 시도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 동안 최대 지분율 4%에 묶여 있던 인터넷전문은행의 ICT기업 주주들은 “최대 주주로 등극해야 추가 자본과 기술력 투입을 통해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와 관련해 기존에 국회에 계류돼 있던 은산분리 규제 완화 관련 5개 입법안은 ICT 기업의 지분 보유 한도를 34~50%까지 허용한다고 돼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ICT기업의 최대 주주 등극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박 의원이 새로운 법안을 제출하면서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박 의원이 제시한 법안에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가 25%까지로 제한돼 있다. 이 지분율도 최대주주가 금융자본일 경우에만 허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질의하는 민주당 박영선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26일 광주 북구 오룡동 정부광주지방합동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2017.10.26   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질의하는 민주당 박영선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26일 광주 북구 오룡동 정부광주지방합동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2017.10.26 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여기에 여당 내 은산분리 완화 반대파들이 가세하면서 민주당은 20일 의원총회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과 관련해 산업자본 의결권 지분보유 한도를 25~34% 선에서 정하기로 결정했다. 기본 5개 입법안보다 후퇴한 상황이다.

 이날 정무위에서는 ICT 기업과 같은 산업자본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위하는 산업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산업자본이 기업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최소한으로 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들의 인력 자격 검증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IC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최대주주가 돼야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날 최 위원장 발언도 이같은 정부 기조를 다시 한번 밝히면서 정치권이 규제완화 기조에서 후퇴하지 않도록 강조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최 위원장은 또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 “이번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카카오나 KT에 대한 특혜로 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에 대해선 대기업 대출 금지나 출자자 대출 금지, 대주주 주식 취득 제한 등 검사를 통해 언제든지 막을 수 있다. 이미 다른 금융권에서도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ICT 전업 기업 예외적용은 총수가 있는, 재벌기업으로 분류되는 곳은 대주주가 되지 못하게 하고 일반적인 정보통신업을 하는 기업에 대한 예외를 논의해 볼 만 하다는 것”이라며 “일부 시민단체가 끝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견 도출이라기보다 그냥 은산분리 자체를 건드리지 말라는 목적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최 위원장은 경남은행이 지난해 북한산 선철 매입 회사에 신용장을 내준 것과 관련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제재 대상이 되려면 의도를 갖고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남은행은 일회성이었고 유엔 제재 발표 이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은행들이 소위 대출장사를 통해 2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난하기에는 무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다른 분야가 어려울 때 은행의 이익은 줄지 않고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볼 여지는 충분하다”면서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대출 규모가 늘어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이자이익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수익 대부분이 ‘성과급 잔치’ 등 내부적으로만 향유된다는 지적은 은행도 귀담아들어야 한다”며 “은행이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대출금리와 수신금리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책정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국민연금을 자본시장법의 ‘5% 룰’ 예외 적용 대상으로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영 참여 목적은 아니지만 건전한 요구를 하는 데 있어 5% 룰이 장애가 될 수 있어 예외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5% 룰은 기업의 지분 5% 이상을 갖고 있는 투자자가 지분이 1%포인트 이상 변동될 경우 5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금융위에 국민연금을 5% 룰 예외 적용 대상으로 둘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은 “(예외가 적용되면)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과도해 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잘 알고 있다. 그런 부작용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결권 외부위탁 등 몇 가지 장치를 두는 방안을 복지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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