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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퇴직 선배와 e메일도 보고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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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퇴직자와 현직 공무원이 사건과 관련해 사적으로 접촉하는 걸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대면 접촉뿐만 아니라 사무실 전화나 공직 메일 등을 이용한 비대면 접촉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정위 출신의 외부인이 인맥을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차단하는 취지다.

부정 재취업 터지자 쇄신안 내놔 #유관기관 취업 땐 10년 이력 공개 #직원들 “정상적 소통까지 막나”

공정위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직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검찰 수사를 통해 공정위 퇴직자의 부적절한 재취업 관행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퇴직 예정인 간부를 채용하도록 민간 기업을 압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요구에 따라 민간기업 16곳이 공정위 퇴직자를 18명을 채용했다. 공직자윤리법을 피할 수 있도록 퇴직을 앞둔 직원을 미리 해당 기업과 관련 없는 부서로 발령 내는 등 조직적으로 편의를 봐준 정황도 드러났다.

법원의 판단이 남았음에도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나선 건 여론의 싸늘한 시선 때문이다. 공정한 거래 질서를 지킨다는 공정위가 불공정한 채용 거래에 연루된 건 대외적으로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는 사안이다. 20일 직접 브리핑에 나선 김상조 위원장은 “우선 앞으로 공정위는 어떠한 명목이든 퇴직자의 재취업 과정에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자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기관이나 소속 계열사 등에 재취업한 경우 퇴직일로부터 10년간 그 이력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력을 관리해주던 관행도 없앤다. 4급 이상 직원은 원칙적으로 비(非)사건 부서에 3회 이상 연속해 발령하지 않는 방식이다. 현직 공무원이 퇴직자나 기업·로펌 등 업무 관계자와 외부 교육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행위, 업무 관계자를 상대로 돈을 받고 강의를 하는 행위도 금지할 계획이다.

이번 쇄신안이 실제 쇄신의 시발점이 될 진 미지수다. 사무실 전화나 공직 메일을 이용한 접촉을 반드시 보고하라는 것이지만 실제 보고는 현직 공무원의 자유 의지에 달렸다. 휴대전화나 개인 메일을 사용한 경우엔 확인할 방법도 없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어디까지가 사적이고, 공적인지 불분명하다”며 “기업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건 공정위 입장에서도 중요한 일인데 정상적인 소통까지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취업 공시 역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채규하 공정위 사무처장은 “취업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퇴직자의 동의를 구해 이력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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