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하는 모습 보니까 대견스럽대요. 금메달 따니까 후련했습니다."
19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을 딴 태권도 품새 남자 국가대표 강민성(20·한국체대)을 지켜본 아버지 강도윤(51) 씨는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이 나오는 겨루기가 아닌 품새에 모든 것을 걸어온 아들을 10여년간 뒷바라지한 아버지 강 씨는 "부담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다 잘 보여준 것 같다. 잘 했다"며 칭찬을 보냈다.
이날 강민성은 종합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태권도 품새에서 남자 개인전 첫 금메달을 땄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강민성은 "개인 첫 국가대표에, 처음 정식 종목이 채택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 대회 첫 금메달을 따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믿기질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간절한 마음으로 달려왔고 여기까지 왔다"던 강민성은 "그동안 고생했던 걸 모두 보상받은 기분"이라며 행복해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강민성은 태권도 품새에 푹 빠졌다. 아버지 강 씨는 "TV를 보다가 아들이 품새에 흥미를 갖고 재미있어하더라. 그때부터 품새만 줄곧 했다"고 말했다. 상대와 겨루는 '겨루기 종목'이 아닌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는 '품새 종목'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종목이었다. 그래도 강민성은 기술과 연기에 매력을 느끼고 품새 전문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물론 선수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10여년간 강민성을 비롯한 3남매를 아버지가 홀로 키웠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에 힘든 순간도 있었다. 한 자선 단체를 통해 도움을 받으면서 꿈을 잃지 않고 전문 선수로 활동하던 강민성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품새 종목이 정식 종목으로 편성됐단 소식에 새로운 꿈이 생겼다. 기존에 배웠던 공인 품새(고려, 금강, 태백, 평원, 십진)뿐 아니라 새 품새(비각2, 나르샤, 힘차리, 새별)도 새롭게 배워 익혀야 했다. 그는 "간절한 마음을 갖고 훈련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마침내 강민성은 품새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확보했다. 개인적으론 태극마크를 처음 단 순간이었다. 국가대표가 된 뒤에도 그는 하루 8시간 훈련을 소화하면서 금메달 꿈을 키웠다. 그는 "나뿐 아니라 모든 품새 선수들이 골반, 발목이 좋지 않다. 다같은 고통을 느끼겠지만 그만큼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기 때문에 더 잘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목표했던 금메달을 땄다. 강민성은 "솔직히 울고 싶었는데..."라고 토로할 만큼 금메달을 딴 순간 고생했던 게 생각났다. 그러면서도 그는 "죽을 힘으로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걸 다 보여주고 온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그는 금메달을 확정한 직후 엎드려 누군가를 향해 절을 했다. 바로 아버지를 향한 고마움을 표한 인사였다. 그는 "아버지가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힘드셨을 것"이라며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경북 영주에서 택시 운전을 하지만 아들의 아시안게임 경기를 보기 위해 12시간을 날아온 아버지 강 씨는 금메달을 딴 아들을 보며 그저 흐뭇하게 등을 두드려줬다. 10여년간 고생했던 과정 끝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열매를 맺는 순간이었다.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