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광주사태 원인 실마리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18, 19일의 광주특위 1차 청문회는 광주사태의 직접원인인 5·17비상계엄확대조치의 정당성을 흔들어놓는 중대한 계기가 됐다.
이날 청문회는 당시의 학생시위 등 사회혼란상을 들어 조치의 불가피성을 주장한 여당과 소수 군부의 정권찬탈음모로 사전 계획된 조치로 그 부당성과 불법성을 역설한 야당과의 공방전에서 여야는 여전히 현격한 시각 차를 드러내 진상의 원인규명을 매듭짓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나 그런 대로 광주사태 재조명의 실마리를 찾은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5·17조치와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으면서 광주민주화운동 발발과정 상의 쟁점인 △12·12사건의 정당성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의 조작여부 △5·l7계엄확대조치의 필요성 △국보위의 사전계획 등에서 종래 정부측 주장을 흔드는 증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민정당 측은 「광주사태의 원인은 김대중」이라는 그들의 의도를 납득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김대중씨의 능란한 대응도 두드러졌지만 민정당 측이 김대중씨가 광주사태를 「선동」한 혐의를 잡아내기 위해 제시한 △정동년에 대한 사주 △김씨의 자술서 등은 모두 「고문」 과 「위협」에 의한 것이라는 증언에 부닥쳐 효력을 발휘 못했는데 19일 당사자들인 김상현·정동년·정기용씨 증언의 뒷받침여부에 따라서는 당시 대법원판결 자체가 문제된다.
민정당 측은 △김씨의 사상적 배경 △장외에서의 선동△언행불일치와 술수를 부각시키려고 한민통에서부터 생년월일 조작까지 들고 나왔으나 미리부터 「얼어버린」인상이고 막판에는 야당이 질문을 포기한 가운데 민정당 의원만 계속 미리 정한대로의 질문을 계속해 「속셈」을 드러낸 인상을 준 점도 있다.
이희성 증인에 대한 신문은 시작되면서부터 몇몇 중요사항의 「해답이 이 증인의 입을 통해 나와 주목됐다.
그것은 △12·12사태는 잘못된 것이 많고 병력을 정당한 절차 없이 배치한 것도 잘못이라며 불법성을 시인한 점△계엄군이 80년 5월20일 국회의원의 국회등원을 방해한 것은 잘못이라며 역시 불법성을 시인하고 국헌 문란에 의한 내란죄 해당여부에 사실상 시인한 점△김영진 의원(평민)의 사진 등 제시에 의한 자위권발동의 부당한 행사에 대해 「사실이라면 대단한 범죄로 응분의 처벌을 받겠다』고 밝히고 △시민을 결박한 채 사살한 것 역시 「사실이라면 큰 범죄」라고 시인한 점등이다.
그밖에 이씨가 『대부분의 광주시민은 폭도가 아니었다』거나 『군의 정치개입은 역사 속에 큰 오점』이라고 천명한 것은 야당으로서는 큰 성과라 할 대목이다.
특히 이씨는 △5·l7당시엔 긴박한 상황인 줄 알고 계엄을 전국적으로 확대했으나 지금 와서 보니 잘못이었다고 말한 대복 △5·17 지휘관회의 전 주영복 국방장관에게서 국보위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한 점은 가장 주목되는 증언이다.
이는 「군부의 사전 정권장악기도』라는 지금까지의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며 5공 출범의 정통성을 뒤집는 것이 된다.
19일 주영복 당시 국방장관은 이를 확인했을 뿐 아니라 국보위 설치제안이 당시 보안사 정보처장이던 권정달씨라고 밝힘으로써 당시 정치상황이 전두환씨의 보안사에 의해 주도됐음을 밝혔다
주씨는 여당의원의 유도에 따라 이것이 소수군인의 정권찬탈기도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설득력은 크게 떨어지게 됐다.
그러나 발포명령의 책임소재, 미국의 역할부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이씨는 『발포명령을 한 사실은 없고 다만 자위권 보유를 천명했다』고 주장해 야당 측이 주장하는 발포명령과 군의 자위권 주장에 큰 해석의 차이가 있음을 보여줬다. <고도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