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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이 렌터카 빌렸다 사고…법원 “업체 과실 절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나이를 속이고 렌터카를 빌려 사고를 낸 미성년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의 절반을 지게 하고, 나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렌터카 업체도 절반의 책임을 지게 한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민사13단독 고상교 판사는 경기도의 A렌터카 업체가 중학교 2학년인 B(14·여)양과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사고를 낸 B양의 책임을 50%로 제한해 688만원을 A업체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B양은 지난해 9월 30일 당시 만 21세인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이용해 A업체에서 LF쏘나타 차량을 빌렸다.

B양은 다음날 이 차를 운전하다가 충남 보령의 한 도로 커브 길에서 운전미숙으로 장애물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차는 크게 파손됐다.

이에 A업체는 사고를 처리한 뒤 차량 수리비, 견인비, 동급차량의 렌트료 등으로 B양과 부모에게 1730만 원을 청구하는 사건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B양 측의 책임을 제한적으로 인정했다.

고 판사는 “원고는 피고 B양이 화장하고 나타나 피고가 제시한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 사진과 피고를 같은 사람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하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둘은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피고의 운전자격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호기심 많고 무모한 청소년들의 무면허 운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바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 등을 위해 확인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에게 그 민사적 책임을 분담시킬 필요성이 크다고 본다”며 “피고는 법원이 판단한 원고의 손해액 1376만 원의 절반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법원 관계자는“다른 민사 손해배상 사건과 달리 원고인 렌터카 업체의 과실비율을 높게 인정해 무모한 미성년자 운전 방지를 위한 업체의 운전자격 확인 의무의 중요성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26일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 부근 38번 국도에서 고등학생인 A(18) 군이 몰던 K5 승용차가 빗길에서 도로변의 건물을 들이받아 차량 탑승자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사상자는 중학생 3명, 고등학생 2명 등 모두 미성년자로 무면허인 A군은 안성 시내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빌려 몰다가 사고를 냈다.   사진은 사고지점 부근 맞은편 차선 운전자의 블랙박스에 찍힌 A군 등이 탄 차량 모습 캡처.

26일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 부근 38번 국도에서 고등학생인 A(18) 군이 몰던 K5 승용차가 빗길에서 도로변의 건물을 들이받아 차량 탑승자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사상자는 중학생 3명, 고등학생 2명 등 모두 미성년자로 무면허인 A군은 안성 시내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빌려 몰다가 사고를 냈다. 사진은 사고지점 부근 맞은편 차선 운전자의 블랙박스에 찍힌 A군 등이 탄 차량 모습 캡처.

한편 지난 6월 26일 경기도 안성에서는 미성년자인 C(18)군이 무등록 렌터카 업주로부터 차를 빌려 운전하다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도로변 건물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C군을 포함, 차량 탑승자인 남녀 2명씩 4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C군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차를 빌려준 업주는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방조) 등 혐의로 지난달 경찰에 구속됐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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