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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신고·종전선언 빅딜론 … 폼페이오, 4차 방북서 담판 짓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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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추진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미 양쪽에서 나오고 있다.

북·미 12일 판문점서 사전접촉 #남북 정상회담 미뤄진 배경에 #‘북·미 빅 이벤트 있다’는 관측도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9월 방북 및 유엔 총회 개막과 맞물려 북·미 협상의 진전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핵 관련 신고와 종전선언 교환론이 구체화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간 북한은 “종전선언 없이는 비핵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양국이 큰 틀에서 핵 신고와 종전선언을 맞교환할 경우 현 답보상태를 풀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양측 간 사전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폼페이오의 4차 방북에서 긍정적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 당국자가 지난 12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북측 인사와 접촉했다. 이는 폼페이오의 방북을 위한 사전 접촉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현재 북·미 협상의 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협상이 잘 될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해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김 위원장에겐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신뢰를 크게 높일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4일 “북한은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 등 핵물질의 생산 활동부터 중단한 뒤 이를 신고·사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미국은 종전선언에 응해야 한다”며 “북·미가 동시에 문제를 푸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시설 리스트 및 사찰 범위와 관련해 양측이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북·미 협상이 제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남북 고위급회담(13일)과 관련, “북한의 9·9절 초청은 없었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은 9월에 평양에서 개최된다”고만 전했다. 하지만 서울 외교가에선 당초 8월 말에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던 정상회담이 9월 9일 이후로 미뤄졌다는 것은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북·미 간 ‘빅 이벤트’가 추진 중이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북·미 간 빅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역시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을 맞교환하는 시나리오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3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NYT)에 “워싱턴과 평양이 ‘신고 대 선언(declaration-for-declaration)’을 교환하는 합의를 추진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윤 전 대사는 “북한이 모든 핵 자산을 신고한다면 미국은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국무부 출신인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워싱턴사무소장은 언론에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은 미국의 종전선언 조건으로 북한이 핵물질과 미사일 세부사항에 대한 공개와 폐기 및 검증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고위 외교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은 다른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과 달리 종전선언에 대해 상당히 열려있는 입장”이라며 “비핵화 진전만 보장되면 종전선언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의 우려는 여전하다. 종전선언이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가 한·미동맹을 이간시키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고, 동북아 역학 관계에서 미국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NYT는 “행정부 관리들 사이에선 종전선언이 구속력 있는 평화협정과는 다르지만 일단 공식 선언된 뒤에는 주한미군의 적정 규모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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