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부처 조직 개편했다는데 … '무늬만 팀제' 지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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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행정자치부가 처음으로 본부.팀제를 도입하자 건설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국방부.국정홍보처.기획예산처가 앞다퉈 이 제도를 채택했다. 지난달엔 정보통신부가 정보보호기획단.소프트웨어진흥단을 신설하는 등 기존의 2실4국을 5본부3기획단으로 바꿨다. 농림부.산업자원부도 곧 본부.팀제로 조직을 개편할 예정이다.

각 부처들이 내세우는 조직 개편의 이유는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복잡한 결재 구조를 단순화한다는 것이다. 수직적 명령 계층 조직인 국.과제를 업무 기능에 따른 수평적 조직인 본부.팀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조직 운용도 훨씬 유연해졌다고 한다. 김길태 공정위 혁신인사기획팀장은 "본부.팀제로 바꾼 이후 업무 변화에 따라 팀을 새로 만들고 없애기가 한결 쉬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껍데기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변한 게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공정위 직장협의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으로 본부.팀제가 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예전 국.과제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건교부의 경우 주택국.토지국을 통합해 주거복지본부, 항공국.철도국 등 3개 국을 합쳐 물류혁신본부를 만들었다. 본부장(국장급)이 기존의 여러 국을 총괄하도록 한 것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주거복지본부장은 예전 주택국 산하의 6개팀을 지휘하는, 사실상 '주택국장'의 역할만 할 뿐이며 토지국 산하였던 5개팀은 본부장과 동급인 토지기획관이 이끌고 있다. 명칭만 주거복지본부일 뿐 여전히 주택국과 토지국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기존 조직을 업무 기능별로 쪼갰지만 업무 절차만 복잡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종전엔 건교부 철도국이 철도 관련 기획과 건설 업무를 총괄했다. 본부.팀제가 도입된 이후 철도국 업무는 여러 군데로 나뉘었다. 기획과 운영은 물류혁신본부의 철도기획관, 철도의 건설은 기반시설본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광역철도는 생활교통본부, 고속철도는 물류혁신본부장 직할 등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 산하기관의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하나 만들 때 예전에는 한두 개의 국만 접촉하면 됐는데 지금은 상대해야 할 본부나 팀이 훨씬 많아져 복잡하고 번거롭다"고 불평했다.

◆ 특별취재팀=홍병기(팀장).김종윤 차장, 김준현.김원배 기자(경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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