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 한 달 앞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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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독일 뮌헨의 알리앙츠 슈타디온에서 첫 신호가 오르리라.

그리고 6월 13일. 한국 축구는 프랑크푸르트 발트 슈타디온에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한국 축구여. 여름날의 붉은 꽃잎처럼, 불꽃놀이처럼

게르만의 검은 숲과 대지를 수놓아 보라.

그대의 가슴은 지난 4년 동안 식은 적이 없다.

몰디브의 태양 아래, 중동의 모래바람 앞에 쓰러지고 일어서서

다시 달리며 고동치고 또 고동쳤던 뜨거운 가슴이다.

다시 꿈을 현실로 만들어라.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하라.

축구의 꿈은 민들레 씨앗과 같다.

4년 전의 꿈은 지구 저편 축구의 중심까지 날아가 태극의 꽃을 피웠다.

박지성(큰 사진)과 이영표, 차두리와 안정환.

그리고 꿈을 현실로 만들었던 텃밭에서 꿈은 더욱 큰 꿈으로 무르익었다.

김남일과 이천수, 그리고 박주영. 꿈은 아무리 꿈이어도 좋다.

꿈이 새로운 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꿈은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좋다.

꿈을 향해 쉼없이 달려갈 수 있다면. 또 한번 꿈을 현실로 바꾸러 가자.

사실은 현실이 되어 버린 꿈이 지금 그대들과 함께 걷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월드컵의 꿈이 라인강 이쪽에 걸렸건 엘베강 건너편에 걸렸건 아랑곳할 것이 무언가.

프랑크푸르트면 어떻고 하노버나 라이프치히면 무슨 상관인가.

토고.프랑스.스위스. 한바탕 신명난 춤을 추어라.

한국 축구가 이르지 못한 곳, 그래, 베를린까지라도 달려가 보라.

이제 한 달 남았다.

태극의 꿈이 검은 숲과 대지를 달릴 때. 한국 축구여, 우리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과 시선 가운데 하나는 그곳에서 그대들과 함께 숨을 쉴 것이다.

사실은 우리의 모든 것이 그곳에서 그대들과 함께 감동에 젖어 떨고 있을지 모른다.

"Ich druecke dir die Daumen!"(그대에게 행운이 있기를!)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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