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전시장에 옮긴 유명 컬렉터들의 거실 보니 작품을 '껴안고' 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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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기획한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미술품이 일상에서 어떻게 기능하는가란 문제를 짚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애호가의 소장품이 생활 공간을 바꾸고 가족 모두의 삶에 윤기와 향기를 더하는 현장을 공개해 '컬렉션'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것이다.

'컬렉션은 아무나 하나…'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이 여섯 사람도 처음에는 초보자였다. 화분으로 장식하고 사금파리 사 모으다 설치미술과 도자기에 눈뜬 사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02-720-0667.

정재숙 기자

(1) 패션 디자이너 서정기씨의 거실 벽면   벽에는 청나라 궁중의상, 마루엔 유령의자

옷을 짓는 사람이기에 단추 같은 소품부터 다리미, 재봉틀이 초기 수집품이었다. 한마디로 '서정기의 미의식을 만족시키는 모든 것'을 모은다. 장식적이고 패턴.문양 등의 디자인 요소가 강한 작품을 좋아한다. 컬렉션의 하나가 중국 전통 의상인데 수놓은 청조 궁중의상을 벽에 그냥 걸어 놓고 즐긴다. '유령 의자'라는 이름이 붙은 투명한 현대풍 디자인의 가구와 중국 명조 다탁의 어울림이 포인트.

(2) 패션 디자이너 서정기씨의 거실 중앙    와불 곁에 백남준의 작품 … 자기만의 세계에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많이 보라고 조언한다. 머릿속에 자료 파일을 많이 가지고 있을 때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하나를 끄집어낼 수 있어서다. 미술품 수집가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감식안(taste)이라고 생각한다. 방 한가운데 와불(열반에 들 장소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부처상)을 배치한다거나, 그 곁에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을 둘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남의 눈이 아니라 '나'와 '나의 미의식'이다.

(3) 개인 수집가 L씨    '폐품 기타로 만든 작품'+ 사진 + 의자=풍경

그 사람이 사는 공간에 들어가 보게 되는 것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컬렉션은 그래서 중요하다. 컬렉션(수집품)은 데코레이션(장식)과는 다른 개념이다. 화랑 전시를 보고 작품이 좋으면 주머니 사정(현실적 한계는 1000만원)이 되는 대로 바로 산다. 내 취향은 풍경.역사.기억과 관련 있다. 젊은 사진작가 김상길의 사진, 배영환이 폐품 기타로 만든 '남자의 길'이 해묵은 서구 의자들과 만나 하나의 풍경을 낳았다.

(4) (5) 갤러리 대표 홍송원씨    심플한 조명·가구·그릇과 대화하듯 …

거실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예술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사람들과 대화하고 나누는 마음으로 일해 왔다. 신혼 초에 화분이나 꽃을 미술의 오브제처럼 다루다가 차츰 그것들이 미술작품으로 대체되었고 화랑 일로 이어졌다. 단순하면서도 디자인 감각이 드러나는 생활 기물을 좋아해 지금도 조명.가구.그릇을 중시한다. 나의 컬렉션은 1980년대 당시 30만원에 산 판화 한 점으로 시작되었다. 직접 사 보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보다 중요하다.

(6)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지영씨    잡지서 느낌 팍 … 소파;의자의 '즐거운' 배치

'작품을 보고 (나와 우리 가족이) 즐거우면 좋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컬렉션을 시작했다. 전시를 많이 보는 것이 미술품을 고르는 방법이자 요령이다. 다른 사람의 집에 가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보면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찾아본다. 직업 덕에 건축과 인테리어 잡지를 많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잡지 속 작품을 알아 보다가 만난 칸디다 회퍼의 도서관 사진을 중심으로 내가 좋아하는 가구 디자이너들의 소파와 의자를 대화하듯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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