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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고르기’ 함께 하실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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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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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靈長類)는 집단 속에서 서로 협력하기 위해 ‘사회적 털 고르기’를 합니다. 털 고르기는 동료의 털에서 기생충을 골라내는 일이죠. 털 고르기를 하면 일단 기분이 좋아지고, 서로 털 고르기를 주고받으면서 동료와의 유대가 끈끈해진다고 하네요. 언론인 톰 스탠디지는 『소셜 미디어 2000년』에서 인간의 털 고르기는 언어와 문자로 이뤄진다고 했지요. 댓글과 쪽지로 친밀감을 나누는 페이스북이 털 고르기의 디지털 버전이라네요.

스탠디지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가 사실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고대 로마의 관보·낙서에서부터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덕분에 종교개혁의 필요성을 설파한 소책자 하나로 본격적인 소셜 미디어의 선구자가 된 마르틴 루터, 자유분방한 정신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토론 문화를 붐업시켰던 18세기 커피하우스까지…. 소통과 유대의 채널인 소셜 미디어는 언제나 인간 역사와 함께했다는 거지요. 정보의 생산과 유통에 다수가 자발적으로 참여해온 전통이 지난 2000년간 소셜 미디어의 역사랍니다. 스탠디지는 신문·방송 같은 매스미디어가 정보를 독점하던 과거 150년이 오히려 아주 예외적인 시기라고 썼습니다.

네이버 같은 포털에 댓글을 달고,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견을 올리며,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글과 사진을 올리면서 우리는 ‘털 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포털 댓글이 건전한 공론장 형성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 잘 알고 있습니다. 악플과 욕설에 상처받는 이들도 많았지요. 하지만 쓰레기 속에서도 아름다운 장미가 피어나듯이 온라인 공간에서 촌철살인의 댓글이나 주장을 어렵지 않게 접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럴 때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입니다. “우리는 진실의 힘을 믿지 못하고 허가와 금지를 통해 해악을 끼친다. 진실과 거짓이 드잡이하도록 하라. 자유롭게 공개적인 대결에서 진실이 패배한 적이 있던가?”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던 존 밀턴의 주장입니다. e글중심도 ‘진실은 스스로 드러난다’고 했던 밀턴의 견해에 공감합니다.

최근 3주 동안 가장 화제가 됐던 e글중심 콘텐트는 ‘수제 에어컨에 남성 양산까지…폭염이 바꾼 일상(8월2일)’이었습니다. 대구를 ‘대프리카’로, 서울을 ‘서프리카’로 표현한 어떤 무더위 기사에 경기도 파주에 사시는 분이 ‘그럼 우린 파프리카냐’고 댓글을 달았고, 충남 아산에선 ‘우리가 진짜 아프리카’라는 반응을 올렸더군요.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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