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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 털어놓을 상대가 없다"|「어머니교사」들이 말하는 청소년 상담사례|과열 입시경쟁과 교육열이 인격형성 장애|관심갖고 진지하게 대화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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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학생들이 고민과 궁금증을 털어놓을수 있도록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가면서 비행을 막거나 문제학생을 선도하고있는「어머니 상담교사」들이 10일 오후 서울시교위 강당에서 상담사례 발표대회를 가졌다.
지난 85년부터 서울시교육연구원에서 상담교육을 받고 서울시내 80개초·중·고교와 10개지역 상담실에서 활동중인 9백91명의 상담자원봉사자 가운데 이 발표대회에 참가한 인원은 약3백명.
전직교사이거나 심리학·교육학등을 전공한 주부가 대부분인 이 자원봉사자들은 도벽 ·음주·흡연·성문제등에 관한 다른봉사자들의 상담사례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서로 경험을 나눴다.
송신자씨(40)는 성격이 매우 좋은 편이지만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부유한 친구의 책을 훔친뒤 죄책감에 시달리던 중학생과의 상담과정을 소개했다. 수차례에 걸친 깊은 대화와 가정방문등을 통해 마침내 상담학생의 부유층에 대한 맹목적 반감과 열등감을 씻고 부유한 친구도 책을 훔쳐간 상담학생과 화해하여 서로 돕도록 이끈 그의 사례발표에서 『과열입시경쟁과 교육열이 청소년들의 인격형성을 얼마나 그르치고 있는지 새삼실감했다』며 정직성과 강한 의지를 길러주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경남씨(40)는 너무 권위주의적이고 매질이 심한 아버지와 잔소리가 지나친 어머니에 대한 반발로 불량청소년들과 어울리면서 음주와 흡연에 탐닉하고 가출하는가하면, 성적부진으로 의욕을 상실한 고등학생과의 상담사례 발표에서 마침내 그학생이 돈을 홈친 일이며 여자친구와 디스코테크에 드나든 일등을 모두 고백한 뒤 술·담배를 끊고 건강한 생활을 되찾기까지의 경험을 털어 놓았다.
그는 『조금만 진지한 자세로 귀기울여주면 거의 스스로 바른길을 찾아갈수 있는 청소년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을만한 미더운 사람을 찾지못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면서 청소년들에게 좋은 이야기상대가 돼줄것을 거듭 당부했다.
한편 중학생들에 대한 성교육상담경험을 이야기한 심계전씨(43)는 『엄마가 갑자기 방문을 열어 젖히면 온종일 기분니빠요』『엄마와는 대화가 안돼요. 목소리만 들어도 질리는 걸요』『자꾸 자위를 하고싶은데 어떻게 하죠?』『책을 폈다가도 공부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책을 탁 덮게돼요』라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사춘기 자녀들의 이같은 심리상태를 잘 헤아려 그 민감한 시기를 심신이 상하지않고 무난히 벗어날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말했다.
국민학교에서 상담활동한 경험을 발표한 최영희씨(36)는 『여자어린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고 어떻게 자기 마음을 전해야 할는지를 묻는가 하면, 남자어린이들이 여자어린이들을 놀리려고 바지를 벗는다든가, 그룹을 지어 옷벗기장난을 하는등 이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매우 다양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케한다』고 밝혔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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