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先신고ㆍ종전선언에 꽉 막힌 협상 “北 선제타격 표적될까 꺼려”

중앙일보

입력

김영철과 마이크 폼페이오 북미 고위급회담 [EPA, AP=연합뉴스]

김영철과 마이크 폼페이오 북미 고위급회담 [EPA, AP=연합뉴스]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두 달 동안 북ㆍ미 비핵화 협상은 선(先) 핵신고냐, 종전선언이냐를 놓고 꽉 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하루 또는 하루걸러 전화ㆍ메시지와 e메일로 대화하고 있다”고 했지만 진전이 없는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북한이 두 달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사적 대화에서조차 핵 리스트 제공을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다”며 “미국의 선제타격 목표가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NYT "북, 폼페이오에 한 번도 신고 수용 안 해, #한국 정부 북ㆍ미 대치상태에서 북 입장 지지" #남북 회담, 핵신고-종전선언 교환 돌파구 주목

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에 모든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리스트와 구체적 폐기 일정을 먼저 제출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달 6~7일 방북 이후 대북 제재망을 옥죄며 협상 지렛대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종전선언 선행을 거듭 주장하는 동시에 핵무기 보유 현황 신고에 앞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도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미 관리들을 인용해 “북ㆍ미간 입장이 대치한 상황에서 한국이 조용히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평화선언을 발표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중에 군사공격을 위협하는 것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양국이 상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이유도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구체적 진전 없이 종전선언을 수용할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술책에 휘둘리고 있다”고 비난받을 소지를 만들어 준다. 의회에서도 공화당 의원들이 양보했다고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군사위협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한ㆍ미 군사훈련을 ‘워게임’이라며 일방적으로 중단한 데 대해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더 강경하다. 밥 메넨데스 민주당 상원 외교위 간사는 “북한이 여전히 총구를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미국이 비핵화를 향한 결정적 1단계 조치로 여기는 신고를 망설이는데도 이유가 있다.

북한은 핵심 핵ㆍ미사일 시설 위치를 확인해주면 미래에 외교협상 국면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이를 선제타격을 위한 표적 정보로 활용할 것으로 걱정한다. 또 일단 핵신고를 하게 되면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길로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되고, "신고 리스트가 핵미사일 프로그램 범위에 관해 거짓말을 한다"는 비난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비핵화 협상이 어려워진 걸 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입장이 갈리고 있다. 현재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이 같은 교착상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전 미군 유해 송환과 북한의 서해 종합위성발사장 미사일 엔진 시험장 등 일부 시설 해체 등을 근거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내심 있는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니키헤일리 주유엔 대사 등 강경파는 “북한이 비핵화 분야에서 구체적 조치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결국 3차 남북정상회담과 향후 폼페이오 장관의 추가 방북을 통해 핵신고서와 종전선언의 맞교환 같은 돌파구가 마련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