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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개혁, 국민 동의가 우선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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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호 34면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 밑그림이 나왔다. 보험료를 인상하고, 현재 60세인 의무 가입의 상한 연령을 높이는 방향이다. 저출산·고령화와 기대수명 연장으로 기금 고갈이 앞당겨질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당초 2060년까지는 버틸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보다 3~4년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2028년 내지 2033년까지 점진적으로 13%까지 늘릴 것을 제안하고 있다. 향후 40%까지 낮추기로 돼 있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45%로 유지할 경우 인상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의무적으로 가입해 보험료를 내야 하는 나이 상한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방안이 눈길을 끈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실질적인 은퇴 연령이 늦춰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일견 타당하다.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은 진즉 제기돼왔다. 현실적으로는 ‘더 내고 덜 받는’ 방법밖엔 없다. 이미 ‘용돈 연금’이라는 비판을 받는 마당에 급여를 더 낮추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결국 ‘더 내는’ 방향의 재정 보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은 세대 간 갈등이나 국민적 저항을 부를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보험료 인상은 기업과 직장인에게도 부담이지만, 자영업자나 퇴직자에게는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의 반발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보험료 납부를 기피하는 비직장인이 늘어나 연금 재정 안정이라는 취지가 오히려 퇴색할 위험성마저 있다.

대다수 기업이 정년 60세인 상황에서 가입 상한 연령을 높이면 퇴직자들은 ‘소득 크레바스’에 보험료 부담까지 감당해야 한다. “폐지 주워 돈 내라는거냐”는 장년층의 반발이 나오는 배경이다. 부담이 늘어날 젊은층 저항도 크다.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 기업의 부담과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보건복지부를 거쳐 대통령에 보고된 후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욕먹을 일에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서겠느냐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정치적 이해득실보다 국가 미래를 고민하는 정치인들의 책임감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사회적 합의 기구를 구성해 지속적인 국민 소통과 갈등 관리를 해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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