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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몰려온 콩고인들이 왜…“전자투표 막아달라”

중앙일보

입력

2016년 4월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프라이머리에서 유권자 한 사람이 전자투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4월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프라이머리에서 유권자 한 사람이 전자투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 기업의 터치스크린 투표시스템이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대선에 도입되는 걸 막아주세요.”

DR콩고의 진보 시민단체인 ‘프리덤 파이터’가 9일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찾아와 한 말이다. 프리덤 파이터는 한국에 거주하는 콩고인들로 구성된 시민단체로 콩고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올해 12월 23일로 예정된 DR콩고 대선에 한국 선관위가 얽히게 된 사연은 뭘까.

DR콩고는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이후 독재와 내전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조제프 카빌라 현 대통령은 2001년 암살된 부친 로랑 카빌라 대통령의 뒤를 이어 17년째 장기 집권 중이다.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300여 명이 숨지고 수백만 명이 체포되는 등 정세가 매우 불안정하다.

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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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DR콩고선거위원회(CENI)가 선거비용을 절감하겠다며 한국기업인 M사의 전자투표 장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야당은 물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부정선거 가능성이 있다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CENI는 2011년에도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전기 사용 인구가 전체의 1%도 안되는 점, 유권자의 4분의 3 이상이 컴퓨터나 전화를 써본 적이 없는 점,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공식 언어인 프랑스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점 등 여러가지 제반 여건도 전자투표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CENI와 M사를 연결해 준 곳이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다. AWEB은 중앙선관위가 사실상 예산을 전액 지원하고 있고, 김용희 AWEB 사무총장 역시 선관위 사무총장 출신이다. AWEB은 2015년 키르기스공화국 총선 때도 한국의 전자투표 기기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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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부의 조치로 AWEB과 CENI의 협력 관계는 끝난 상태다. 문제는 DR콩고 정부와 M사가 이미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김대년 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프리엄 파이터 대표단에게 “우리가 CENI와 한국 기업 간의 계약이나 콩고 선거에 개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접견결과 등을 외교부 등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선관위가 AWEB의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수행과정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한 결과, 배임ㆍ업무방해 등의 불법 혐의가 있어 지난 3월 AWEB 사무총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 했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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