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먹은 홈쇼핑 철도 올라탄 애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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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냉동만두 업체와 홈쇼핑 업체의 통합, 애니메이션 업체의 철도차량 부품 업체 인수….

최근들어 코스닥 시장에 색다른 기업간 '짝짓기' 가 활발하다. 이처럼 사업 분야가 판이하게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은 기존 사업 역량을 유지하면서 수익원을 다각화하려는 게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업 중 상당수가 코스닥 시장의 우회 상장을 노리는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종 기업간 M&A 활발=8일 증권선물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플라스틱 성형기술을 보유한 코스닥 업체 제이엠피는 최근 거래소 상장사인 알루미늄 섀시 업체 남선알미늄을 인수했다. 금속 및 비철금속 분야까지 진출해 사업간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코스닥의 선우엔터테인먼트도 알루미늄 철도차량 부품 업체인 동양에이앤아이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회사는 사명을 dU하이텍으로 변경하면서 보안 로봇 사업으로의 사업전환을 준비중이다.

보안업체인 소프트포럼은 올해 초 LCD 장비업체인 두레테크와 합병한 이후 LCD 부문에 집중, 1분기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우회상장을 목적으로 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M&A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나 상장 기업을 헐값에 인수한 뒤 비싼 가격에 매각해 차익을 얻으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우회상장 많아 투자 유의=이종(異種) 기업간 M&A 중에는 장외 기업이 코스닥 등록 기업을 인수해 증권 시장에 입성하는 우회 상장도 많다.

닭고기 업체인 신명은 셋톱박스를 생산하는 디지탈멀티텍과의 주식 교환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고, 냉동만두를 만드는 취영루도 인터넷 홈쇼핑업체 씨앤텔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했다.

전문가들은 적지 않은 이종 기업간의 M&A가 미래의 사업성보다는 우회상장 효과를 노리고 추진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증시에 상장되면 자금조달이 쉽워 신규 사업 추진이 수월해지고, 덩치를 키우기도 쉽기 때문이다.

한국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상장 요건에 미달하는 기업이 '뒷문 상장'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우회 상장 업체 중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특히 당국의 규제 강화를 앞두고 최근들어 우회상장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4일까지 코스닥시장의 우회상장 사례는 총 37건으로 월 평균 9.3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 한해 총 67건, 월 평균 5.6건에 비해 65.8% 급증한 수치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M&A나 우회 상장 이슈가 불거지면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실력이 제대로 검증 안 된 '아마추어' 기업도 많기 때문에 옥석가리기에 신경써야한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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