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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지소미아 또 연장 … 투 트랙의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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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승욱 기자 중앙일보 정치국제외교안보디렉터
서승욱 일본지사장

서승욱 일본지사장

한때 폐기설이 돌았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지난해에 이어 한 번 더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애초부터 협정 연장을 바랐던 일본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내부 분위기도 “유용한 측면이 있다”며 공감하는 쪽이라는 게 양국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미 한국이 “그대로 갈 것”이란 기류를 일본에 통보했다는 얘기까지 돈다.

협정은 양국이 2~3급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내용이다. 1년마다 갱신되며 어느 한쪽이 파기를 원하면 만기 90일 전에 통보해야 한다. 그 데드라인이 바로 이번 달 하순이다.

향후 2주 사이에 돌출변수가 없다면 연장이 유력하다.

이를 굳이 화제로 올리는 건 “향후 한·일 관계를 가늠할 척도”로 이 협정을 주시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지소미아는 위기에 처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소위 ‘적폐 정권’에서 체결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선 서명 직전 단계에 ‘밀실 논란’으로 중단됐고,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에서 체결·발효됐다. 이미 30개 넘는 국가와 유사한 협정을 체결했지만, 여론은 유독 일본에만 엄격했다. 일본의 앞선 정보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보다 ‘어떻게 일본과…’라는 감정적 거부감이 더 부각됐다.

문 대통령도 취임 전엔 “적절치 않다”고 말했지만, 협정은 예상외로 지난해 11월 한 차례 연장됐다. 양국이 교환한 정보 현황을 꼼꼼히 살펴본 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 조선총련 등을 활용한 일본의 인적 정보가 유용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사실 올해는 협정 폐기 분위기를 부추길 변수가 더 많다. 먼저 북한이 지난해 11월을 끝으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일단 멈췄다. 그들은 “핵·미사일 실험도 없는데 무슨 정보 교환이냐. 협정 폐기로 판문점 선언 이행 의지를 보이라”며 한국과 일본 사이를 파고든다.

지난해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것도 네거티브 변수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한·일관계의 갈등을 부추겨 반등을 시도하는 듯한 사례가 역대 정권에서 적지 않았다.

또 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한국 사회의 이슈로 재부상하는 것도 양국 관계에선 또 다른 뇌관이다.

하지만 이런 숱한 악조건을 뚫고 지소미아가 또 연장된다면 “역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해 다루겠다”는 문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각될 것이다. 누구나 쉽게 내뱉었지만 그 누구도 실천하기 어려웠던 ‘실용적인 투 트랙 대일외교’, 가본 적 없는 그 길의 출발점에 문 대통령이 설 수도 있다.

서승욱 일본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