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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불난 것도 화나는데 … 차주에게 수리비 청구한 BMW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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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차량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BMW그룹코리아가 대국민 사과를 하고 BMW 본사의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730Ld 맡기자 처음엔 “유상” 안내 #“동일 사고 무상 수리” 항의에 면제 #김효준 회장, 잇단 사고에 직접 사과 #국토부 “안전진단 결과 10%가 문제”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은 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일련의 화재 사고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BMW가 공개석상에서 직접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MW그룹 본사의 고위 관계자 4명도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아 차량 화재 사고의 원인을 발표했다.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냉각기에서 흘러나오는 냉각수 누수가 화재 현상의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BMW그룹코리아가 밝혔던 EGR이 원인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6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BMW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고객 불안과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6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BMW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고객 불안과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BMW의 4기통 디젤엔진에서 배기가스가 발생하는데,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이 배기가스 중 일부를 엔진으로 되돌려보낸다. 이 역할을 하는 장치가 EGR이다. 피터 네피셔 BMW그룹 디젤엔진 개발 총괄 책임자는 “EGR의 냉각기에서 새어 나온 냉각수가 파이프·흡기 다기관에 침전물처럼 쌓여 있다가 특정 조건에서 발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냉각수가 검댕처럼 침전해 있고 ▶주행거리가 굉장히 긴 차량이 ▶장시간 주행 도중 ▶배기가스 우회 밸브(bypass flap)가 열려 냉각되지 않은 고온의 배기가스가 빠져나갈 경우에만, 침전물에 불이 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차량이 주차 중이거나 공회전하고 있을 때는 화재가 발생할 수 없다. 또 일각에서 거론한 소프트웨어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BMW 디젤 차량은 같은 소프트웨어와 같은 EGR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다수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에 따르면, 디젤엔진을 장착한 BMW 차량의 결함률은 한국(0.1%)이 오히려 전 세계 평균(0.12%)보다 약간 낮은 편이다. 한국서 판매한 30여 대의 차량에서 불과 수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화재가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셈이다.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동일한 결함이 발생한 차량 중 전소할 정도로 큰 불이 발생한 화재(레벨3 결함)가 결함 차종의 1%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확률적으로 한국서 판매한 리콜대상 차량(10만6000여 대) 중 오직 1.06대에서만 큰 불이 나야 한다. 하지만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이날 “안전진단 결과 10% 정도가 문제 차량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10만6000여 대의 리콜대상 차량 중 최소 1만대 이상은 화재 위험을 안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BMW를 소유한 차량의 차주들은 여전히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아파트에서도 주차를 거부당하고 있다.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와 경기도 이천시 소재 한 아파트에서 BMW 차량 입차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천시의 이 아파트 주민 게시판에는 최근 BMW 화재를 보도한 기사를 스크랩하면서 ‘방문자 BMW 승용차는 우리 아파트에 주차하실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또 BMW그룹코리아의 일부 서비스센터에서 불이 난 BMW 차주에게 부당하게 수리비를 청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BMW의 대형세단 7시리즈(BMW 730Ld)를 소유한 윤 모 씨는 전라북도 익산역 인근에서 지난달 7일 차에 화재가 났다. 하지만 이틀 뒤 차를 입고한 BMW 서비스센터는 “리콜 대상 차량이 아니다”라며 “수리비는 유상”이라고 안내했다. 윤 씨는 “동일한 화재 차량이 무상으로 수리를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BMW그룹코리아로부터 수리비 전액(230만원)을 보존 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은 이에 대해 “예기치 못한 걱정과 우려를 끼친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계획한 리콜 제도에 따라 빠르게 원인을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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