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도 '출입 금지'에 분통 터진 BMW 차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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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도산대로에서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한 BMW미니. 차량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강남소방서 영동119안전센터에서 소방차가 출동했다. 문희철 기자

서울 압구정동 도산대로에서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한 BMW미니. 차량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강남소방서 영동119안전센터에서 소방차가 출동했다. 문희철 기자

BMW 차량 화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BMW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도 차량 주차를 거부하는 일이 늘고 있다. 상가 주차장이나 주차타워에서 BMW 입차를 거부한데 이어, 아파트에서도 BMW 주차를 거부하며 불안 심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박 모(39) 씨는 지난 5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본가인 경기도 이천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부모님 댁에 방문했다가 경비원이 "BMW 차량은 주차할 수 없다"며 아파트 입차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이천시 소재 한 아파트 경비실은 ‘BMW 차량은 주차할 수 없다’며 아파트 입차를 거부하고 있다. 중앙일보 독자 제공.

경기도 이천시 소재 한 아파트 경비실은 ‘BMW 차량은 주차할 수 없다’며 아파트 입차를 거부하고 있다. 중앙일보 독자 제공.

이 아파트 주민 게시판에는 최근 BMW 화재를 보도한 기사를 스크랩해놓고 '방문자 BMW 승용차는 우리 아파트에 주차하실 수 없습니다’라고 쓴 안내문이 붙어 있다.

더 황당한 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주차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다른 제보자 임 모 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양재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가 지하주차장 입구에 ‘BMW 주차금지’ 팻말을 세워놓고 주차를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임 씨는 “내가 사는 아파트인데도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 없어서 땡볕에 차를 세워두고 있다”며 “최근 111년 만의 고온이 BMW 차량 화재와 관련 있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와서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 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에 BMW 주차를 금지하고 있다. 중앙일보 독자 제공.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 아파트에서는 지하주차장에 BMW 주차를 금지하고 있다. 중앙일보 독자 제공.

박 씨의 차량은 안전진단도 받지 못했다. 2011년 5월 BMW 520d 차량을 샀는데, BMW그룹코리아는 2011년 8월 이후 생산한 차량부터 안전진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BMW그룹코리아는 박 씨에게 ‘2011년 5월 생산한 520d 차량은 화재가 발생한 차량과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 소재가 다르다’고 안내했다고 한다. 또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이 안전진단을 받으려면 7만8000원, 종합 안전진단을 받으려면 50만원의 비용을 납부하라고 했다는 것이 박 씨의 주장이다.

BMW 차주들은 국토교통부가 대안 없이 무작정 ‘운행 자제’를 권고한 상황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박 씨와 같은 차주에게 안전진단 등 대안을 내놓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행이나 주차를 사실상 거부할 수 있는 계기를 정부가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박 씨는 “국토교통부가 운행 자제를 권고한 이후 아파트 경비실에서 BMW 차주를 범죄자처럼 취급한다”며 “안전진단 대상 차종을 확대해달라”고 호소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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