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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상대평가 유지 유력 … ‘절대평가’ 공약 물 건너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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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영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장(오른쪽 둘째)과 위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최정동 기자]

김영란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장(오른쪽 둘째)과 위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최정동 기자]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현행처럼 상대평가로 유지하고 입시에서의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3일 발표된 대입 공론화조사 결과 수능 중심의 전형을 현재보다 늘리자는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능 절대평가를 전제로 한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중 상당수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3 대상 대입 권고안 내일 발표 #공론화 결과 수능 전형 확대 우세 #학종 늘린다는 문 정부 정책과 반대 #“공론화 1년 허송, 혼란만 부추겨”

국가교육회의는 7일 현 중3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개편 권고안을 발표한다. 교육부는 이 내용을 토대로 8월중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가 교육회의에 넘긴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방향은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공론화 조사에선 수능을 확대하고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방안이 우세했다.

구체적으로 수능 위주인 정시모집 비율을 45% 이상 올리고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1안이 3.4점(5점 만점)으로 수능을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2안(3.27점)보다 높았다. 공론화위 한동섭 대변인은 “1안과 2안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점수 차이는 나지 않았다”면서도 “수능의 적정 비율과 관련해선 이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민참여단 조사 결과 현재의 수능전형 비율(20.7%)보다 확대하자는 답변이 82.7%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 방향과 정반대다. 교육부는 지속적으로 수시모집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늘리면서 수능의 영향력을 줄여왔다. 올해 입시의 수시모집 비율(76.2%)은 역대 최고이며, 수시에서 학종을 선발하는 비율도 서울대(100%)·고려대(73.7%) 등처럼 매우 높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공론화 조사대로 수능을 늘리면 ‘학종 확대’ 공약부터 물 건너간 셈”이라며 “수능 비중이 커질수록 절대평가 전환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중 상당수는 차질이 예상된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대통령 공약을 정부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이 발생할 것”이라며 “절대평가가 전제돼야 작동할 수 있는 혁신학교 확대, 고교학점제 등 공약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강의를 선택해 듣는 고교학점제는 절대평가가 필수다. 지금과 같은 상대평가 체제 아래선 다양한 과목이 개설돼도 점수를 받기 쉬운 과목으로만 학생이 쏠려 학점제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또 고교 내신도 절대평가(성취평가제)로 전환돼야만 소수 학생이 선택한 과목도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선 교육공약의 뼈대부터 흔들리는 상황에서 교육정책 전반을 ‘리셋’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1년 동안 시간만 허비하며 혼란만 부추긴 것을 보면 교육부가 미래교육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이라도 오직 학생 입장에서 교육정책을 재검토해 예측 가능한 정책으로 국민의 신뢰를 쌓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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