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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에 체포되고 정신병원에 갇혀…시진핑 비판 입 막는 중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당국의 비판 여론 통제가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정권을 겨냥해 쓴소리를 한 퇴임 교수는 공안에 끌려가고, 공산당에 반대한다며 시 주석 초상화에 먹물을 끼얹은 여성은 강제로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일이 벌어졌다.

‘해외서 돈 살포’ 시진핑 비판 퇴임교수 인터뷰 중 끌려가 #초상화에 먹물 뿌린 여성, 정신병원에 강제수용 #

3일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에 따르면 시 주석을 비판했던 쑨원광(孫文廣) 전 산둥대 교수가 지난 1일 미국의소리(VOA)가 진행하는 방담 프로그램 전화 연결 도중 자택 문을 부수고 들어온 공안에 끌려갔다. VOA 측은 쑨 전 교수가 “나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쑨원광 전 산둥대 교수. [사진 VOA]

쑨원광 전 산둥대 교수. [사진 VOA]

쑨 전 교수는 지난달 시 주석이 중동과 아프리카 5개국 순방을 나서자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비판하며 "해외에서 시행하는 대규모 대외원조, 차관, 투자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인터넷에 발표했다. “중국에 빈곤인구가 차고 넘치는데 구태여 외국에 가서 돈을 살포할 필요가 있냐”는 내용이 담겼다.

시 주석을 향해 “관계증진 등 자신의 계산이 있겠고 그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지만, 중국 인구가 많고 가난하니 해외원조를 하더라도 역량에 맞춰서 해야 하고 능력이 안 되면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1934년 산둥 룽청 출신으로 문화대혁명 당시 투옥된 경험이 있고 1982년 이후 산둥대 교수로 재직하다 1994년 퇴임했다. 퇴임해서는 주로 중국의 인권과 외교정책에 관련한 글을 썼고 200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 등 303명이 발표한 중국 인권선언문 격인 ‘08헌장’에 서명한 바 있다.

지난 4일 상하이 한 여성이 중국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에서 시진핑 초상화에 먹물을 투척하는 장면. [사진=RFA 웹사이트]

지난 4일 상하이 한 여성이 중국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에서 시진핑 초상화에 먹물을 투척하는 장면. [사진=RFA 웹사이트]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의 초상화 간판에 먹물을 끼얹은 뒤 구속된 중국 여성 둥야오충(董瑤瓊)이 당국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수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이날 둥야오충의 아버지 둥젠뱌오(董建彪)가 지난 1일 “딸이 이유 없이 정신과 병원에 수용돼 있다. 딸을 집으로 보내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그는 딸이 상하이에서 경찰에 구속됐고, 지난달 16일 아내가 상황을 모른 채 입원 동의서에 서명하는 바람에 딸이 정신과 병원에 수용됐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둥젠뱌오는 성명을 인터넷에 올린 날 오후 딸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면회를 요구하다 공공안전에 위해를 가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앞서 둥야오충은 자신이 공산당으로부터 정신적 억압을 받아왔다고 주장하면서 상하이 푸둥 루자주이의 한 고층건물 앞에서 시 주석 얼굴이 그려진 ‘중국몽’ 선전표지판에 먹물을 끼얹었다. 이를 트위터로 중계하면서 “시진핑 독재 폭정에 반대한다” “시진핑, 여기서 나를 잡으러 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온·오프라인 등 중국 전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빈발하자 베이징·둥관·창사·톈진 등 지방 정부는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시 주석 초상화 제거 작전을 완료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베이징대에서 9년간 강의하며 중국의 검열 시스템을 꾸준히 비판해 온 미국 저명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볼딩 교수가 이유를 모른 채 해고돼 중국을 떠나는 일도 벌어졌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베이징대로부터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면서 “중국 공산당 체제 하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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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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