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만에 송환된 미군 유해…트럼프 "김정은에 감사" 펜스 "아들들 돌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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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보낸 6.25 참전 미군의 유해 55구가 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 도착했다. [연합뉴스=AP]

북한이 보낸 6.25 참전 미군의 유해 55구가 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 도착했다. [연합뉴스=AP]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을 지키고 우리의 위대한 실종 전사자들의 유해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시작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김 위원장이 이러한 친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았다.”

미군 유해 55구 하와이 펄하버 히캄 공군기지 도착 #트럼프 트위터에 "김정은 감사, 또 만나길 기대" 글 올려 #펜스 “영웅들 모두 돌아올 때까지 일은 끝나지 않아” #봉환식 참석한 유가족들, 눈물 보이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전날 한국전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가 하와이에 도착한 것을 두고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멋진 서한에 감사하다. 곧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도 썼다. 추가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거다. 그러나 언급한 서한이 무엇인지, 어떤 내용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전날 오후 북한에서 이송해온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가 미국 하와이 주 오아후섬 진주만 히캄 공군기지에 안착했다. 이들 유해는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 65년 만에 고향으로 향하게 됐다.

 히캄 기지에서 열린 봉환식에 트럼프 행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6·25전쟁은 잊혀진 전쟁이라고 하지만, 영웅은 잊혀지지 않는다는 걸 우리가 증명했다"며 "우리 아들들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오늘 도착한 비행기에서 누가 나오든 전사자 가족들에겐 희망의 계절이 시작됐다”며 “실종된 군인들의 신원을 찾을 것이라는 희망과 수많은 해에 걸친 의문을 걷어내고 마침내 종착지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미군병사들이 4인 1조를 이뤄 6.25 참전 미군 전사자의 유해가 담긴 관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로이터]

미군병사들이 4인 1조를 이뤄 6.25 참전 미군 전사자의 유해가 담긴 관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로이터]

그는 또 유해송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추가적인 유해송환을 위해 힘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달성을 위한 실재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뜻한다”며 “전사한 영웅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의 일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유해를 실은 C-17 미군 수송기 두대가 합동기지에 도착하자 미 해병, 해군, 공군, 육군 병사 4명이 한 조를 이뤄 성조기가 덮힌 금속관을 하나씩 수송기에서 내렸다. AP통신은 “유해가 남긴 관이 옮겨질 때 펜스 부통령은 가슴에 손을 얹었고, 봉환식에 참석한 유족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봉환식에선 참석자들이 묵념과 기도로 전사자 및 유가족을 위로했다.

합동기지에 도착한 유해 55구는 미 전쟁포로ㆍ실종자 확인국(DPAA)으로 옮겨진다. 유해에서 채취한 DNA와 DPAA가 보유하고 있는 6.25 전사자 가족 DNA를 대조하는 등 유해 감식을 거쳐 신원이 밝혀진 유해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6.25 전사자 가족들과 함께 미군 유해 봉환식에 참여하기 위해 하와이로 향하며 촬영한 사진. [마이크 펜스 부통령 트위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6.25 전사자 가족들과 함께 미군 유해 봉환식에 참여하기 위해 하와이로 향하며 촬영한 사진. [마이크 펜스 부통령 트위터]

펜스 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6·25 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를 언급했다. 그는 “나의 아버지는 전쟁 이야기가 나오고 누군가 영웅이라는 말을 하기만 하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영웅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말했다고 ABC방송이 전했다. 펜스 부통령이 봉환식에 참석하기 위해 탑승한 전용기 에어포스투엔 6·25전쟁 전사자 자녀인 다이애나 브라운 샌필리포와 릭 다운스가 동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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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 백악관은 펜스 부통령의 봉환식 참여를 알리며 6.25 참전 사망·실종자 유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사자 존 C. 맥 킬 중령의 조카인 더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공황기에 성장했고 나라를 위해 복무하길 원한 자신의 삼촌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이었는지 적었다.

미국 하와이주 펄하버-히캄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유해 봉환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AP]

미국 하와이주 펄하버-히캄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유해 봉환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AP]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편지를 공개하며 “전사자들의 가족은 사랑하는 이가 집으로 돌아오길 60년도 넘게 기다렸다”며 “유해들의 신원이 확인됨으로써 가족들이 평화를 찾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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