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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의혹’ 핵심 유지범 인터폴에 적색 수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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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러일전쟁 때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인양과 '신일골드코인' 발행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유지범 전 싱가로프 신일그룹 회장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유 전 회장은 현재 베트남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대상 10여 명으로 압축 #돈스코이호 최초 발견 시점도 논란

서울 강서경찰서는 "유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 수배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다만 경찰은 관련 서류 준비와 승인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베트남 당국의 협조를 받아 신속하게 유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2014년 사기 등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며 아직 유효 기간이 남아 있다. 유씨는 또 10여년 전 해외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사기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은 전력도 있다.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대표, 사기 혐의로 법정구속

서울 강서경찰서는 유 전 회장을 사기 혐의로 고발한 사람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치고 연루된 인사 10여 명을 선별했다. 이 중엔 유 전 회장의 측근으로 지난 4월 국내에서 설립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대표 유모(64)씨도 있다. 경찰은 거래소 대표 유씨가 지난달 초 다른 범죄 혐의로 법정구속돼 수감 중인 것을 확인하고 곧 유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는 싱가포르 신일그룹이 발행한다는 '신일골드코인'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신일골드코인을  구입한 투자자에 따르면 코인을 사기 위해 돈을 보낸 계좌의 명의자는 거래소 대표인 유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신일골드코인을 발행한다는 싱가포르 신일그룹의 회장도 정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신일그룹 회장', '신일골드코인·신일국제거래소 이사장'이라는 직함으로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송모씨는 정작 싱가포르 신일그룹 법인 정보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싱가포르 기업청(ACRA)의 법인 정보에 따르면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6월 12일 설립됐으며 이사는 민모씨, 허모씨, 임모씨 등 한국인 3명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2003년에 돈스코이호 첫 발견" 반박

유지범씨를 잘 아는 인사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돈스코이호는 2003년에 이미 발견된 것인데 유지범씨 측이 이번에 마치 새로 보물선을 발견한 것처럼 국민을 속이고 투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 신일그룹의 이사로 등재된 허씨는  유지범씨 측근 유씨(국제거래소 대표)의 운전기사였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기 등 전력을 가진 이들이 돈스코이호 관련 사업에서 공모를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신일그룹이 최근 찾았다는 배도 논란이다. 신일그룹 측(현재 신일해양기술로 사명 변경)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조타기 축, 후갑판 모양, 선수와 선미 방향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과거 동아건설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발견한 배는 돈스코이호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발견한 배가 진짜 돈스코이호"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2003년 동아건설과 함께 발견한 배가 돈스코이호"라고 반박했다.

출국금지 된 최용석 신일해양기술 대표, 대표직 사퇴 시사

한편, 최용석 신일해양기술 대표는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표직 사퇴 의사를 시사했다. 최씨는 최근 신일그룹이 신일해양기술로 이름을 바꾸면서 새 대표로 취임해 돈스코이호 탐사와 인양 사업 전면에 나선 인물이다. 그는 신일그룹 류상미 전 대표와 함께 제일제강 지분인수자로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최씨는 지난달 26일 세종문화회관 기자 간담회에서 “류상미씨가 건설업에 투자하고 싶다며 인수할 회사를 소개해 달라고 상담을 해 와 제일제강을 추천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설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제일제강 지분 인수를 위해 류씨는 명의만 빌려줬고, 실제로 일을 진행하며 주도한 것은 유 전 회장과 그의 측근들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최씨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했으며 곧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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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표·조소희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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