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은 숨길수록 덧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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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산 석탄 반입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꼬리가 잡힌 이 사건이 사실상 근 열 달 동안이나 어물쩍 방치돼 왔다고 한다. 당국의 은폐 논란까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북한산 석탄을 실어날랐던 선박 2척이 적발된 후에도 최소 20여 차례나 우리 항구를 드나들었다는 대목에선 입을 다물 수 없다.

석탄은 원산지 꼬리표를 속이기 쉬워 어디서 캔 것인지 정확히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당국이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정보를 건네받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건 물론 이후에도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히 청와대에서 사건 조사를 맡았던 관세청 실무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는 주장까지 나와 의혹은 갈수록 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석탄 수입 초기 단계부터 정부가 묵인해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대북제재의 대열에서 한국은 이해 당사국이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나라다. 이런 판에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물샐틈없어야 할 대북제재의 둑에 큰 구멍을 낸 셈이 됐으니 국제사회에서 얼굴을 들 수 없게 됐다.

더 걱정스러운 건 이번 사태에 얽힌 업체·은행 4곳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 중 두 금융기관은 대형 은행으로 알려져 이들의 해외 돈줄이 막히면 국민경제가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사태를 정확히 파악해 진실을 알려야 한다. 모름지기 정직이 최선의 전략이다. 더불어 이들 관련 업체와 은행들이 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도 애써야 한다. 모르고 그랬다면 적극적으로 변호해야 할 것이고 설혹 알고 있었더라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엔 끼지 않도록 뛰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당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