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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교도소표 도시락’ 수백억 벌고, 미국엔 재소자 취업 전담 회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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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18 교도소 실태 보고서 ③

미국 연방 교정시설에 수감된 재소자들이 미 육군에 보급되는 군복 등 의류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연방 교정국 산하 정부 법인인 교도산업공사 유니코(Unicor)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미 연방교정국 홈페이지]

미국 연방 교정시설에 수감된 재소자들이 미 육군에 보급되는 군복 등 의류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연방 교정국 산하 정부 법인인 교도산업공사 유니코(Unicor)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미 연방교정국 홈페이지]

미국은 교도소 내 교도작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1934년에 설립된 미국의 교도산업공사(FPI) ‘유니코(Unicor)’가 대표적이다. 미 연방교정국 산하의 정부법인으로, 재소자의 사회 정착에 도움이 될 기술을 익히게 할 목적으로 출범했다.

대안 떠오르는 ‘교도소 기업’ #대만, 월 100만원 안팎 수당 지급 #미국, 직업훈련·취업 패키지 운영

유니코는 교도작업으로 직업훈련·취업과 연계한 패키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재소자들이 미 전역에 분포한 73개 공장에서 일하며 14종의 제품을 만들고 8종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정시설 내 재소자 물품도 만들지만 주력 제품은 국가를 고객으로 하는 기초적인 군수 물자다. 이런 사업을 통해 일반 시민의 납세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2002년과 2012년 두 번에 걸쳐 유니코와 같은 국영 교도산업공사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재소자의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과 경쟁하려 한다는 비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 설립 초기 자본금과 상시 운용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재원 마련 등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지 못했다. 법무부 교정본부가 2010년에 발간한 ‘미 연방교정공사 운영 등 연구보고서’엔 “미국에선 재소자들이 유니코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직업기술 훈련과 작업 경험을 바탕으로 출소 후 법을 준수하는 시민으로 온전히 정착했다”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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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도 교도작업을 성공적으로 기업화한 사례로 꼽힌다. 대만 교정당국은 교도작업·직업훈련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자영작업상품’이라는 이름의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재소자들에게 실용 기술을 가르치고 교정시설 유지·보수를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2006년에 도입됐다. 현재까지 대만 전역에 분포한 성인 교도소 50여 곳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생산 식품은 다양하다. 빵과 견과류를 비롯해 간장 등 발효 식품과 닭고기 가공품 등까지 300여 종에 이른다. 이 식품들은 재소자들의 배식용으로 교도소에 공급된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을 위한 외부 판매가 더 많다. 전화·팩스·인터넷 등을 통해 주문을 받고 비슷한 제품을 파는 민간기업과 경쟁한다.

대만 자영작업상품의 한 해 매출액은 약 5억 대만달러(약 180억원) 수준이다. 수익금은 범죄 피해자를 위한 보상금, 교정시설 유지·개선 비용, 재소자의 작업 수당비 등으로 쓰인다. 이 자영작업에 참여한 재소자는 월평균 72만~108만원가량의 작업 수당을 받는다. 대만 현지에서 자영작업상품 작업장을 직접 둘러본 여주소망교도소 유정우 연구관은 “2014년 당시 자영작업상품 생산이 전체 교도작업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황금 엄지손가락 모양의 품질인증마크제를 도입한 뒤부터 교도소에서 만든 식품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져 인기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도작업의 기업화·공사화는 역기능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유니코에서 생산되는 제품에선 품질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재소자들이 숙련된 기술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 감사관실은 2016년 품질 불량을 이유로 미 육군과 해군 등에 보급된 군용 방탄헬멧 12만6000여 개를 회수하고 보급을 중단했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교도작업과 직업훈련을 연계한 기업 형태의 운영이 효율적인 교정·교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재소자가 얻을지 모를 금전적 혜택에 대한 부정적 접근보다 교화된 재소자가 사회로 복귀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한층 안전해질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 시각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윤호진·윤정민·하준호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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