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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실종 여성 장기화 국면…"남편 늦은 신고 등 의문에 주목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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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해경이 실종된 최모씨(38·여·경기도 안산시)를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캠핑 여행 중이던 최씨는 지난 25일 오후 11시쯤 세화포구 인근에서 실종됐다. [뉴스1]

3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해경이 실종된 최모씨(38·여·경기도 안산시)를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캠핑 여행 중이던 최씨는 지난 25일 오후 11시쯤 세화포구 인근에서 실종됐다. [뉴스1]

제주 세화포구에서 가족 캠핑 중 실종된 30대 여성을 찾기 위한 수색이 1일에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은 이날 오전 방송된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남편이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가 26일 자정쯤 잠에서 깼다고 하는데 그날 오후 3시가 넘어서 신고를 했다"며 "무려 열 몇 시간이 지난 후 경찰에 신고했다는 배경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 전 팀장은 "가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 여성과 남편은 제주도에 정착하기 위해 카라반 캠핑카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그런데 주변 주민들이 장기간 캠핑카를 두는 것에 대한 항의가 있었다. 캠핑카 안에서 부부가 싸움했다는 측면도 있다"며 "어린 남매를 데리고 캠핑카에서 15일 동안 머물렀는데 이 부분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백 전 팀장은 "추락사라면 일반적으로 최소 2시간에서 최대 48시간 안에 시신이 발견되는데 시신이 나오지 않았다"며 "일반적으로 시신이 48시간 이내에 떠오르지 않는다면 육지에서 유기되거나 감금됐을 가능성이 있고, 또 하나는 시신에 무거운 추 등이 달려 희생됐을 때에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제발 그런 범죄 대상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지만 이렇다 할 범죄 단서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실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음주 상태였던 실종자 여성이 포구 난간 방지턱에 걸터앉아 있다가 포구 안쪽으로 추락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만약 실족사라면 왜 일주일이 지나도록 시체가 떠오르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강현욱 제주대 의대 교수는 "물에 빠진 다음에 부패가 진행되면서 장 내 가스가 차서 부력을 얻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상황에 따라 수일 후에 다른 지점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에 잠긴 채로 떠내려갈 수도 있고 해류에 휩쓸리게 되면 꽤 멀리 가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로 중문해수욕장에서 해수욕 중 실종된 사람이 4~5일 후에 서귀포 남원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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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달 26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부근에서 실종된 최모(38·여)씨는 이날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최씨는 전날인 25일 밤 11시5분쯤 가족과 함께 묵던 카라반에서 홀로 나와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와 종이컵 등을 샀고, 이날 11시13분과 38분에 친언니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다. 최씨의 남편 유모(38)씨는 아내가 들어오지 않자 26일 0시5분 바깥으로 나와 최씨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날 새벽 2시30분쯤 세화포구로 입항하던 선장 김모(55)씨가 포구 난간 방지턱에 놓여있던 최씨의 휴대전화와 카드를 발견해 자신의 집으로 가져갔다. 진동상태여서 전화가 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김씨는 동이 튼 뒤 오후 3시께야 최씨의 가족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가족으로부터 실종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 26일 오후 3시20분쯤이다.

이때부터 경찰과 해경의 육·해상 수색이 시작됐으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최씨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경찰은 1일 12t급 어선 2척에 저인망 그물을 달아 최씨 찾기에 나선다. 이들 어선에 그물이 바다 끝까지 닿는 저인망을 끌게 해 혹시라도 포구 내 펄 속에 박혀있을지도 모르는 최씨를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 발견이 어렵겠지만, 내항과 외항 및 육상 수색에서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포구 내를 샅샅이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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