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순간까지 교황 지킨다" 근위대 창설 500주년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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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 교황청 근위대원들이 4주간 720㎞의 도보 행진 끝에 4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도착하고 있다. [바티칸 AP=연합뉴스]

올해는 교황을 경호하는 스위스 근위대 가 창설된 지 500년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약 70명의 퇴역 근위대원이 28일간에 걸쳐 720㎞의 도보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고, 4일(현지시간)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 광장에 도착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720㎞는 1506년 최초의 근위대원으로 선발된 150명이 스위스 벨린초나에서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까지 걸어온 길. 당시 교황 율리우스 2세는 스위스 정부에 요청해 자신의 신변을 지켜줄 용병을 모집했다. 이후 교황 근위대는 스위스가 맡아왔다. 지금의 110명도 모두 스위스인이다.

이번 행진 참가자 중 최고령자는 76세였다. 1980년까지 근위대에 몸담았던 한스 오스터발더(49)는 "역경도 많았지만 장정을 무사히 마쳐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은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했다는 청색.금색.붉은색으로 구성된 근위대의 화려한 제복과 의식용 갑옷을 입고 전통 무기를 든 채 행진해 가는 곳마다 시민과 관광객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교황청에서 이들을 맞으며 "이번 행진은 최후의 순간까지 교황을 지킨다는 희생정신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으로, 교회 역사의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했다"고 치하했다.

베네딕토 16세는 6일 근위대원을 위해 '근위대 500년 역사에 가장 특별한' 특별미사를 집전한다. 1527년 이날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가 로마와 교황청 약탈에 나섰다. 당시 189명의 근위대원들은 교황(클레멘트 7세)을 보호하기 위해 맞서 싸우다 147명이나 숨졌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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