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게 바뀐 부시 말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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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거친 표현과 말 실수로 조롱받았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어법이 세련되게 바뀌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1일 보도했다. 9.11 테러 후 오사마 빈 라덴을 "산 채로든 죽은 채로든(dead or alive) 잡겠다"고 한 발언이나 이라크 저항세력을 향해 "덤벼 봐(bring'em on)"라고 하는 식의 거친 발언은 이제 추억이 됐다.

지난달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정상들을 상대로 한 연설은 표현이 정교해졌고 내용도 한층 성숙해졌다.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대헌장)'를 언급하며 유럽의 정치적 유산을 높이 평가했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이름도 틀리지 않았다.

2002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반미 시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아는 것은 속마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알듯 모를 듯한 대답을 한 것과 크게 차이 난다.

언어학자 등 전문가들은 미세하지만 확연한 변화가 있다고 말한다. 부시는 단어를 또박또박 발음하고 점잖은 문어체를 사용하며 고전을 인용하기도 한다. 최근 연설에선 19세기 프랑스 사상가 토크빌을 인용했다.

신문은 "부시의 말솜씨가 나아진 것은 재선돼 더 이상 선거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잦은 말실수와 텍사스 사투리는 그에게 '보통 사람'의 이미지를 심어줘 득표에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국내외 현안을 헤쳐나가야 하는 현재는 '텍사스 사나이'보다 '아이비 리그(미국 동부 명문대 여덟 곳을 합해 일컫는 말) 엘리트'의 모습을 부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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