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휘발유값, 중구 가장 비싸고 중랑구 싸다는데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서유진 기자

주간 평균 휘발유 가격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9주째 1600원대 고공 행진이다.

고유가 시대 돈 아끼는 주유법 #기업 많은 중구 법인카드 고객 많고 #중랑구는 주유소 밀집해 경쟁 치열 #L당 휘발유값 1600원선 넘어서 #낮보다는 밤에 기름 넣는 게 저렴

지난달 3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30일 보통휘발유의 주유소 판매가는 L당 1613.2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첫째 주 L당 1439.38원에서 1년 새 180원 가까이 올랐다.

휘발유 가격이 160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4년 12월 넷째 주(1620.9원)가 마지막이었다. 2015년 이후 안정되나 싶던 기름값이 최근 급격히 오르며 서민 물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근 기름값 가격 상승에 불을 붙인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오는 11월 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지 않는 국가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유가가 출렁였다. 예멘 후티 반군의 유조선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홍해를 통과하는 원유 수송을 중단한 것도 유가 상승 원인이 됐다. 지난달 3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1%(1.44달러) 급등한 70.13달러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값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은 환율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하는 원유의 원화 환산 가격이 비싸져 휘발유 값이 올라간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113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안정돼도 국제 가격이 내린 만큼 국내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1997년 국내에 실시된 유가 자율화 정책 이후 1만여 개나 되는 주유소들의 임대료와 경쟁 상황을 반영해 휘발유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휘발유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국제유가 외에도 많다는 얘기다. 주유소 업황(평균 영업이익률 1.4%)이 악화해 추가 인하 여력이 없는 것도 변수다.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가가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L당 1696.78원), 가장 낮은 곳은 대구(1587.39원)로 나타났다. 서울은 임대료가 비싸고 구매력이 높은 데다 주요 주유소들이 세차나 가벼운 수리까지 서비스로 제공하는 곳이 많다 보니 주유비가 올라간다.

최문규 한국석유공사 팀장은 “대구의 경우 물가가 낮고 구매력이 전국 최하위라는 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25개 관할구 가운데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중구(L당 2036원)다. 기업체가 밀집한 중구에선 법인카드 결제가 많다. 자차 운전자에 비해 기름값에 덜 민감해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주거 생활권인 중랑구는 L당 1609원을 기록해 중구와 427원이나 차이났다. 평균 1㎞ 간격으로 주유소가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점도 한몫했다. 주유소 거리 제한이 완전 철폐된 이후 벌어진 현상이다.

이 밖에 서울 주요 지역 휘발유 값은 영등포구 여의도동(L당 1960원)·종로구(1949원) 등 오피스 밀집지역이 전반적으로 기름값이 비싼 편이었다.

강남구(1831원)·서초구(1716원) 등은 임대료는 비싸지만 지역 내 주유소가 많아 경쟁이 심한 점이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유가 시대에도 저렴하게 주유하는 법은 무엇일까. 소비자 시민모임에 따르면 휘발유는 온도에 따라 부피 차이가 나므로 여름에는 부피가 늘어나는 낮보다 밤에 주유하는 게 낫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직영 주유소보다는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가 쌀 확률이 높다.

주변에 경쟁 주유소가 많은 곳이 일반적으로 저렴하고, 외진 곳의 알뜰·셀프주유소는 손님을 끌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