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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경영참여 물꼬 튼 국민연금, 경영 간섭 걱정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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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는 어제 전체회의를 열고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도입 방안을 심의해 확정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국민연금의 경영권 참여 관련해서 기업·주주가치 훼손이 심각한 투자 기업에 한해 기금운용위 의결을 거쳐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비록 기업·주주가치 훼손이 심각한 기업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는 주관적인 표현이다. 국민연금이 마음만 먹으면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국민)의 노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목적이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률 제고가 돼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시장을 교란하는 일이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스튜어드십 코드를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은 635조원에 달하고, 이 중 국내 주식에 투자된 돈은 135조원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299개나 된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정부는 국민연금 운용과 의사 결정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민간 전문가 중심의 수탁자 책임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항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책임위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종 위촉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다. 국민의 돈으로 정부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지배구조에 개입하는 등 ‘연금 사회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은 기업 경쟁력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스튜어드십 코드를 악용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