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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출신 진성준 “대통령·페미니즘 지하철광고 왜 막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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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뉴스1]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뉴스1]

“정치적 의견이라고 무조건 금지하겠다는 결정이 타당합니까?”

교통공사, 정치·성 의견광고 금지에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재검토 지시 #박근혜 석방 광고도 가능할 수 있어

이달 초 서울시청의 한 회의실에서 진성준(사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질책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교통공사가 페미니즘,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 등 정치적 의견 광고를 전철역에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반대하는 과정에서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교통공사는 지난달 22일 심의위원회를 열고 “앞으로 개인이나 단체의 주장 또는 성·정치·종교·이념의 메시지가 담긴 의견 광고를 역내에 내는 것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한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이 나오자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열린 것이다.

교통공사가 이 같은 규제를 결정한 이유는 쏟아지는 민원 때문이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어떤 정치적 의견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어느 한쪽 편에 유리한 의견 광고가 나올 거라는 소문만 나도 ‘그런 광고를 공공기관이 왜 받아주느냐’는 항의가 쏟아져 직원들이 제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이 된다”며 “의견 표현 방식은 꼭 지하철 광고가 아니어도 가능하지 않느냐”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진 부시장은 이 회의에서 “의견 광고에 대한 원천적인 금지는 과도한 규제”라며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크니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 부시장은 문 대통령 취임(2017년 5월) 뒤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일했다. 이후 박원순 시장이 이달 2일 ‘3기 시정’을 시작하면서 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서울시 내부에선 ‘취임 직후 자기 목소리를 낸 청와대 출신 부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 대학생 단체 회원이 ‘판문점 선언’ 지지 광고를 지하철역에 걸지 못하게 한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한 모습.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에 대한 재검토 의견을 냈다. [뉴스1]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 대학생 단체 회원이 ‘판문점 선언’ 지지 광고를 지하철역에 걸지 못하게 한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한 모습.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에 대한 재검토 의견을 냈다. [뉴스1]

30일 현재 교통공사는 진 부시장의 지적에 따른 광고 심의 수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진 부시장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인신공격,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와 같은 사유가 없으면 광고를 통한 시민 의견을 규제할 명분은 거의 없다는 생각으로 그런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진 부시장 뜻대로 지하철 광고 규제가 해제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등을 주장하는 우파 진영의 의견 광고도 막을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진 부시장은 “원칙적으로는 그런 의견 광고도 가능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다 끝난 뒤에도 법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구호를 의견 광고에 담았을 때, 법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지는 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에선 진 부시장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인 자유한국당 소속 성중기 의원은 “지하철과 같은 시민이 주인인 시설에선 정파적 의도를 가진 광고는 원천 금지하는 게 맞고, 한국당을 지지하는 광고도 안 된다”며 “진 부시장 발언은 서울시 행정 권한을 더불어민주당이 잡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정파에 유리한 의견 광고를 공공시설에 버젓이 게재하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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