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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소 작가 희곡 국내 무대 첫선|민중극단,『아! 체르노빌』내년 3월 공연 확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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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현존 소련 극작가의 작품이 국내 연극사상 최초로 공연된다.
민중극단(대표 이근삼)은 대본심의를 둘러싸고 난항을 거듭하던「블라디미르·구바리예프」작『아! 체르노빌』이 심의신청 6개월만에 최근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각본심사 필증을 교부 받아 공연이 가능해짐에 따라 낙산극장 개관프로그램으로 내년 3월15일부터 2주간 공연키로 확정했다.
『아! 체르노빌』은 86년 4월 일어났던 체르노빌의 원자로 폭발이 빚은 참화를 그린「구바리예프」의 86년도 작품. 소련 영내의「방사성 안전연구소」가 무대다.
치사량이 넘는 방사선오염환자를 수용하여 사망할 때까지 보살피면서 미래를 위하여 치료법을 연구하는 이곳에 체르노빌 사고로 말미암아 많은 환자가 밀어닥친다.
이들 환자들을 통해 체르노빌의 사고는 화재가 아닌 폭발이며, 이는 실적만을 내세운 무리한 공사기간단축과 값싼 자재이용 등「무사 안일한 관료주의」가 빚은 참극이었다는 진상이 하나씩 밝혀져 간다.
전2막6장으로 구성된 이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실재 인물들로서 사실에 토대를 둔 일종의「기록극」적 성격을 띠고 있다.
현재 소련 최대일간지『프라우다』과학부 기자이기도 한「구바리예프」는 당초『프라우다』의 자매월간지인『깃발』에 보고서 형식으로 기고하도록 의뢰 받았으나 엄청난 대 재난을 르포로 옮기는데는 미흡하다고 판단, 인간의 비극을 진실 되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희곡의 형식을 선택했다고 밝힌바 있다.
민중극단 측은 미국을 통해 대본을 입수, 창단 25주년 기념으로 이근삼역·정진수 연출로 지난 3월초 세종문화회관 별관 무대에 올릴 계획을 세우고 2월 연습에 들어갔으나 공산권 연극에 대한 방침이 설 때까지 당분간 보류해 달라는 문공부측 요청에 따라 중단했었다.
이후 극단 측은 4월 공연을 갖기로 하고 지난 3월29일 대본심의 신청을 했으나 심의필증이 나오지 않아 공연일정을 계속 미뤄오던 끝에 지난달 하순 문공부로부터『공연가능』전학통보를 받은 후 9월27일 공륜으로부터 심의필증을 교부 받음으로써 일단락 된 것.
연출가 정진수씨는『작가「구바리예프」씨로부터 지난 3월「한국공연을 허락하며 이 작품이 세계평화와 핵무기 추방에 기여하기 바란다」는 전문까지 받아놓고도 국내사정으로 공연이 되지 못해 부끄럽기까지 했다』면서『뒤늦게나마 당국이 바른 결정을 하게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민중극단은『아! 체르노빌』을 내년 3월 개관하는 5백석 규모의 낙산극장에서 공연키로 소유주인 김옥낭씨와 합의함으로써 내년 1월부터 본격연습에 들어간다. <공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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