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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루푸, 매각 이중플레이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까르푸의 이중 플레이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까르푸를 전격 인수한 이랜드가 이미 지난해 하반기 한국까르푸 측과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랜드는 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한국까르푸의 지분을 49% 인수해 영업권의 일부를 보장받았다. 이때 이랜드는 이미 까르푸 매장에 대한 실질적인 실사를 마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까르푸 측은 롯데쇼핑, 신세계 등 주요 유통업체에 똑같은 안을 제시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까르푸 측이 이랜드와의 양해각서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됐다. 프랑스 까르푸 본사가 롯데쇼핑이 상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점포를 통째로 팔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롯데쇼핑이 상장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면 할인점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까르푸 인수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

결국 까르푸는 철수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공언을 한순간에 뒤엎고 롯데쇼핑을 통해 한몫 잡자는 생각에 '한국 탈출'을 결행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하지만 까르푸 측의 이같은 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물건만 내놓으면 덥석 물 것 같았던 롯데가 예상과 다르게 나온 것이다.

이번 매각건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소식통은 "롯데쇼핑이 협상을 지루하게 끌고 가자 까르푸 측이 일괄 인수조건을 내세운 이랜드를 전격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프랑스 까르푸 본사는 론스타 사태를 계기로 국부유출을 우려한 한국 정부가 관련법을 개정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매각조건이 까르푸 측에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아래 이랜드의 손을 서둘러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

더욱이 부장급 실무자가 협상 실무 파트너로 나선 롯데와 달리 박성수 회장의 전권을 위임받은 이랜드 임원이 홍콩까지 직접 날아와 협상에 성의를 보인 점도 프랑스 까르푸 측의 호감을 샀다는 것이다. 결국 인수금액을 롯데쇼핑보다 훨씬 적게 쓰고도 이랜드는 까르푸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까르푸 측과 체결한 비밀엄수협약이 아직 유효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결국 내로라하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까르푸의 농간에 놀아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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