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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만명 계좌 튼 카뱅, 2020년께 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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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입구. [연합뉴스]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입구. [연합뉴스]

“금융업의 메기가 돼달라”는 주문과 함께 출범한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가 첫 돌을 맞아 미꾸라지의 태를 벗었다. 1년 동안 633만명의 고객을 확보해 8조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고 다시 7조원을 뿌렸다. 오프라인 점포 한 곳 없이 이뤄낸 성과다. 업계는 앞으로 보여줄 서비스가 더 많다는 카카오뱅크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앱으로 거래 모바일은행 출범 1년 #전 세계 200여 개국 30분 내 송금 #내년 훨씬 싼 수수료로 서비스 #은산분리 완화 땐 실탄 더 확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7월 27일 출범하면서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출범 첫 하루 동안 카카오뱅크는 18만 7000개의 계좌를 개설해 고객들로부터 426억 원을 예치 받았다. 이날 카카오뱅크가 발행한 체크카드는 16만 7000장에 달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633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카카오뱅크에 예치한 금액은 8조 6300억원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들에게 7조원을 대출해줬다.

카카오뱅크가 1년 동안 이처럼 성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모바일 편의성’이다. 카카오뱅크의 모든 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공인인증서도 필요하지 않다. 고객들은 카카오뱅크 앱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계좌를 개설하거나 체크카드를 신청할 수 있다. 여·수신 상품에 가입하고 해외송금을 하는 것도 모두 앱 안에서 이뤄진다. 영업점이 없기 때문에 영업시간에도 제한이 없다. 통상적인 은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한다. 카카오뱅크 고객의 56%는 은행이 영업하지 않는 오후 4시부터 오전 9시까지 카카오뱅크를 찾았다.

카카오뱅크는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표적인 상품이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결합해 만든 이 체크카드는 현재 500만장 발행됐다. 카카오뱅크는 라이언·어피치·뮤지·콘 등 기존 출시된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에 더해 26일 제이지·프로도·튜브·네오 등의 캐릭터로 만든 한정판 체크카드를 내놨다.

 카카오뱅크는 라이언·어피치·뮤지·콘 등 기존 출시된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에 더해 26일 제이지·프로도·튜브·네오 등의 캐릭터로 만든 한정판 체크카드를 내놨다. [사진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는 라이언·어피치·뮤지·콘 등 기존 출시된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에 더해 26일 제이지·프로도·튜브·네오 등의 캐릭터로 만든 한정판 체크카드를 내놨다. [사진 카카오뱅크]

지난달 말 내놓은 ‘26주 적금’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를 타고 출시 20일 만에 30만좌를 돌파했다. 26주 적금은 1000원, 2000원, 3000원 가운데 하나를 첫 주 납입금액으로 선택하면 매주 그 금액만큼 증액해 적금하게 만든 상품이다. 기본 금리 6개월에 1.8%에 자동이체 우대 금리 0.2%를 제공한다. 3000원 납입으로 시작할 때 만기에 105만 3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부담 없는 금액에 SNS 공유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대출 잔액은 현재 7조원이다. 상품별로는 마이너스통장이 48.0%, 신용대출 43.7%, 전·월세 보증금 대출과 비상금대출이 각각 4.3%와 4.0%를 차지한다. 지난 1월 선보인 ‘전·월세 보증금 대출’의 경우 누적 약정금액이 4000억원을 넘었는데 이 중 67%의 고객이 은행 영업시간 외 시간대에 약정을 체결했다.

카카오뱅크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상증자를 통한 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통상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10%를 기준으로 볼 때 자본금의 10배, 15%를 기준으로 볼 때 자본금의 6~7배까지만 대출 영업을 할 수 있다.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선 그만큼 자본금이 더 납입돼야 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50%), 카카오(18%), 국민은행(10%) 등 카카오뱅크 주주사들은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3000억원의 자본금을 납입했다. 주주사들은 출범 후 1년 동안 카카오뱅크에 총 1조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납입자본금은 1조 3000억원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경쟁사인 케이뱅크의 납입자본금이 3800원에 그쳐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초 체력 차이가 확연하다.

이제 겨우 1년이 지났다. 카카오뱅크에는 지금도 시장에 선보이지 못한 서비스와 계획들이 많이 있다. 오는 하반기엔 신용등급을 조회할 수 있는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모바일 앱에서 지문 인증 및 비밀 번호 입력만으로 고객 본인의 신용 등급을 확인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조회 횟수와 관계없이 무료로 제공되며 고객 개개인이 이용 중인 다른 금융회사의 카드 및 대출 사용 현황까지도 조회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내년 초엔 세계 최대의 송금 결제 네트워크 기업인 웨스턴유니온(Western Union)과 업무 협약을 맺고 ‘모바일 해외 특급 송금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별도의 영업점 방문 없이 카카오뱅크 앱에서 이뤄지는 국내 최초 해외 송금 서비스다. 수취인은 웨스턴유니온의 전 세계 55만여 가맹점에서 돈을 찾을 수 있고 해외 웨스턴유니온 가맹점에서 카카오뱅크로 역송금도 가능하다.

카카오뱅크에서 대출 상품도 다양화할 전망이다. 내년 초엔 현재 제공되고 있는 SGI서울보증 기반의 중·저신용자 대출 대신 체 신용평가시스템(CSS)에 기반한 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대출이 거절된 고객들을 카카오뱅크와 연계한 카드사ㆍ캐피탈사ㆍ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회사에 연계해주는 ‘연계 대출’ 서비스도 선보인다. 카카오뱅크는 고객들이 지금보다 낮은 금리에 더 높은 한도의 대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26일 열린 기자간감회에서 "자본 확충을 위해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사진 카카오뱅크]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26일 열린 기자간감회에서 "자본 확충을 위해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사진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는 활발한 영업을 위해 유상증자 수준을 넘어 상장을 통해 자본금 규모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가 예상하고 있는 적정 상장 시기는 2020년 이후다.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26일 열린 기자간감회에서 "자본 확충을 위해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할 예정이다"라며 "지금까지 카카오뱅의 성장 속도와 사업 규모를 봤을 때 IPO 전에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IPO에 앞서 비즈니스 기반을 확대하며 고객 중심적인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간 인터넷전문은행의 걸림돌로 지적받아왔던 은산 분리 규제도 최근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10%(의결권 기준 4%)로 제한하는 법 조항을 말한다. 국회에는 KT나 카카오 등 비금융회사의 인터넷은행 지분 한도를 34~50%까지 허용하자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2건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3건이 발의돼있다.

이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보여왔던 금융당국도 최근 완화 기조에 편승했다. 평소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현 시점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통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는 국가적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지금까지 은산분리 완화 입장을 밝혀왔고 금감원장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말해 이에 힘을 보탰다.

은산분리가 완화될 경우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카카오의 카카오뱅크에 대한 투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윤호영 공동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혁신 가속화를 위해서는 은산분리가 꼭 필요하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더 나은 상품들이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발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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