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앙드레 김 도전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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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71). 어떤 사람은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패션쇼로 그를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TV 오락쇼의 단골 소재로 그를 기억한다. 하지만 그처럼 다양한 영역에 도전한 디자이너도 드물다.

2001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속옷.안경.화장품.골프복.침구를 내놓았고, 지난해에는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테리어를 맡았다. 이런 그가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에 새로운 세계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앙드레 김은 지난달 26일 삼성전자와 디자인 협력 조인식을 하고, 이 회사의 가전제품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다. 산업 디자이너로 변신한 그를 서울 청담동 앙드레 김 매장에서 2일 만났다.

-가전 제품 디자인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 고향은 서울 구파발입니다. 제가 태어난 1935년에는 동네사람들이 화장실 하나를 같이 쓰던 시골 마을이었어요. 디자인을 시작한 60년대 한국은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전자.자동차 산업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가전제품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제안이 들어왔어요.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패션과 가전제품 디자인은 다를 것 같은데요.

"물론 사이즈를 재고 수치를 끼워맞추는 디자인은 할 수 없습니다. 대신 패션에서 쌓아온 영감을 가전에 접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옷에 넣는 장식 문양을 냉장고 문고리에 새겨넣는 것이 예가 될까요. 저는 이 나이에도 배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데 모르는 것이 많아 늘 교수님들께 묻곤 하죠. 질문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가전 디자인도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다양한 사업 분야에 도전하시는 것이 돈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돈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웃음). 경제적 바탕이 있어야 패션쇼도 할 수 있고 작품세계에 더 몰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전 돈보다 남들이 기억해주는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44년 동안 디자이너 생활을 했지만 제 소유 매장은 7년 전에 처음 마련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17개 조간 신문을 샅샅이 읽고, 5개 방송 채널을 두루 봅니다. 집에 TV 수상기가 5개 있어요. 세상 돌아가는 것에 눈과 귀를 열어놓으려고 합니다. 그런 노력이 자양분이 됐기 때문에 인테리어나 가전처럼 새 영역에 도전할 수 있었어요. 올 하반기에는 보석 브랜드를 내놓을 계획이고 패션 디자이너 중 최초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패션쇼도 합니다. 항상 꿈을 꾸기 때문에 나이드는 것을 못 느끼고 있어요."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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