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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방송통신 마비, 질병 예방 등 때는 연장근로 예외 인정

중앙일보

입력

고용노동부는 자연재해나 전염병 위험과 같은 재해·재난과 얽힌 긴급 상황에서만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23일 제시했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폭넓은 특별연장근로 허용을 요청했지만 고용부는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고용부, 특별연장근로 인가 가이드라인 제시 #자연재해나 재난 상황에서만 연장근로 허용 #정유·화학 대정비는 탄력근로로 해결해야 #산업계 확대 요구엔 "근로시간 단축 취지 훼손"반대

고용부는 이날 특별연장근로 인가 조건에 대해 '자연재해와 재난, 이에 준하는 사고'로 한정했다. 근로기준법상 일주일에 12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는 것은 노사가 합의해도 불법으로 형사처벌된다. 다만 고용부 장관이 인가하는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지난 7월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자 부산 동구 부산항 5부두(관공선부두)에 많은 선박이 대피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7월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자 부산 동구 부산항 5부두(관공선부두)에 많은 선박이 대피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중앙포토]

고용부 김왕 근로기준정책관은 "재난 등 사고가 발생했거나 발생이 임박했고, 이런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다른 근로자로 대체가 어려워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인가 및 승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했다. 폭설이나 폭우와 같은 자연재난이 사업장에 발생해 이를 수습하는 경우, 감염병과 전염병 확산을 예방하거나 수습할 때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한다. 화재·폭발·환경오염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된다. 화재진압과 복구, 화학물질 유출에 따른 확산방지 활동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방송시설 피해나 이동통신사의 통신 두절과 같은 방송·통신 기능 마비 사태가 발생해 긴급 복구해야 하는 경우에도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도 특별연장근로 조건에 포함된다. 그러나 선거나 올림픽 중계와 같은 사안은 일상적인 방송활동으로 분류돼 인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계좌이체나 카드결제 장애, 사이버 공격, 금융·의료정보·기간산업·국방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하다.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임박해 이를 예방하기 위한 피난이나 구조활동, 지진이나 대형 폭발 등 사회적 재단 발생 임박에 따른 재난방송 때도 마찬가지다. 국가 사이버 위기 경보가 '주의'이상으로 발령돼 긴급하게 대처가 필요하거나 국가나 공공기관의 보안관계 비상근무가 필요한 경우에도 특별연장근로로 대처할 수 있다. D도스 공격이나 랜섬웨어 확산, 북한 핵실험 등의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유·화학업계가 수년에 한 번씩 한 달 이상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장비점검을 하는 '대정비' 작업은 특별연장근로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왕 정책관은 "일시적으로 업무가 많이 몰리는 현상에 불과하다"며 "재난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작업은 탄력근로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특별연장근로 신청은 모두 89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38건이 인가를 받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계가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이는 노동시간 단축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향후 사회적 논의를 더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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