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요 日에 뒤질 것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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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일본 영화와 가요.게임 등 대중문화를 완전 개방키로 했다. 이는 이들 분야의 국내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 영화의 경우 지난해엔 3.2%의 점유율을 보였을 만큼 영향력이 미미했다. 개방 첫 해인 1998년 이후 가장 높았을 때가 2000년의 7.4%였고 나머지는 3%를 밑돌고 있다.

오히려 개방 이후 한국영화의 대일 수출이 99년의 1백87만달러(14편)에서 지난해 6백58만달러(19편)로 급증할 만큼 한국 쪽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영화계에선 일본영화계가 침체를 겪고 있는 만큼 성인영화가 수입되더라도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음반은 개방과 상관없이 인터넷을 통해 오리지널 음반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 문을 닫아둘 이유가 없어졌다는 게 문광부 주장이다.

더구나 현재 국내 음반시장이 심각한 불황을 맞고 있어 파급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가정용 비디오게임 소프트웨어의 경우도 현실적으로 비디오 게임기기가 지난해 2월부터 수입.시판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전면 개방된 것과 다름없다.

문제는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방송. 현재 애니메이션은 국제영화제 수상작만 개봉이 가능한데도 일부 작품은 꽤 인기를 끌었다.

예컨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사진)은 전국에서 2백만명 이상을 끌어들일 만큼 바람을 일으켰고 '포켓몬스터'(53만명), '이웃집 토토로'(13만명) 등도 선풍을 일으켰다. 완전 개방될 경우 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문광부 관계자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시장이 좁은 데 비해 일본이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은 열세를 면치 못해 관련 업계와 논의한 뒤 개방 범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방송은 현재 스포츠.다큐멘터리.보도 등 교양물만 허용된 상태. 방송은 방송위원회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방송위원회 오광혁 정책 3팀장은 "방송 분야는 '일정 부분 개방한다'는 대원칙만 있을 뿐 구체적인 개방 폭과 수준은 결정된 바 없다"면서 "10월 초께 공청회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위의 기본 원칙은 케이블TV 및 위성방송과 지상파를 분리해 단계적으로 개방한다는 것. 예를 들어 드라마는 케이블과 위성 등 유료 시장에만 일단 허용하고 지상파는 당분간 금지한다는 식이다.

한편 이창동 문광부 장관은 "만약 역사 교과서 파동과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 경우 개방 방침을 취소하거나 보류하게 되느냐"는 질문에 "일본대중문화 개방 조치는 (양국간)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 민간 교류를 확대해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이번 조치를 후퇴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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