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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관계의 새 출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노태우 대통령이 오는 18일(한국시간 19일) 유엔총회에서 『한반도에 화해와 통일을 여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하게된 것은 획기적 상징성을 가진 뜻 깊은 행사임에 틀림없다. 획기적이라 함은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게된 첫 기회라는 형식적인 의미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국내 정치와 국제관계에 있어서 새로 정립된 정통성을 바탕으로 남북한 관계에 활로를 뚫고 국제관계에 있어서 전방위 외교를 펼쳐 나갈 전기를 맞고있는 오늘의 형세를 뜻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대통령의 유엔연설은 한국이 새로 펼쳐나갈 외교의 새 진로를 전 세계에 선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외교의 가장 절실한 과제인 한반도 긴장완화와 궁극적 통일문제는 전후 40여년 동안 국제정치에 엄격한 한계를 지어온 동서 냉전체제의 초점이 되어 왔다. 이 때문에 이 문제의 해결은 지금까지 한반도에 역관계의 고리를 달고 있는 주변강대국의 의향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경향은 한국이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에 과시한 국력과 미소간에 진척되고 있는 탈 이념적 공존체제로 해서 퇴조하고 있다. 이제 한반도문제를 남북한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행동의 폭은 실로 해방 후 40년만에 처음으로 크게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해야할 점은 노대통령의 유엔총회연설이 북한측으로부터 자신들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으로 이해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북한도 비슷한 지위의 지도자가 유엔 연설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북한은 그런 기회를 포기했다.
따라서 최선책은 노대통령의 연설내용과 이에 뒤따를 한국 측의 외교활동이 지금까지 스스로 고립을 지향해온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사회로 나오도록 설득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된다.
이미 한국의 북방정책에 대한 소련과 중국의 호응은 북한에 대해 그런 방향으로의 궤도수정을 권장하는 추세를 분명히 보이고 있다. 국가관계에 있어서 이념차이를 무시하고 국익을 앞세우고 있는 중소의 변신은 북한이 지금까지와 같은 경직된 노선을 고집할 경우 서방세계와의 관계는 물론 공산권 내부의 새로운 흐름으로부터도 낙후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시대 착오는 북한 자신을 위해서 뿐 아니라 남북한 관계의 장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연설은 그와 같은 북한의 어려움을 대승적 차원에서 극복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모처럼 마련된 강대국간섭의 극소화시대가 사라지기 전에 남북한은 이 호기를 놓치지 않아야 된다는 절박감이 남북한 모두의 결단에 추진력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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